(5)사용가능한자·한글자모 숫자 확정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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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글자의 전산화·정보화를 위해서는 코드문제에 선행돼야 할 몇 가지 일이 있다. 그것은전용이니 혼용이니 하는 문제보다는 글자 수를 확정하는 일이다.
가령 한자수용 전용 론으로 국론이 정해진다면 시행일정을 정해 그대로 추진해야한다.
예를 들어 한글전용을20년 또는 30년 후에 실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그때까지는 한자혼용을 허용하되 그 수(가령 5천자 또는 7천자)를 정확치 정해둬야 하며 또한 이것을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전용과 혼용의 대림 내지는 상호 배타적 관계에서는 우리 글의 정보화는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한자의 사용숫자 정하기」도 문제지만 「한글자모의 숫자 정하기」도 아직 확정된 정책이 없는 것 같다. 세종대왕의 28자, 현대한글의 24자, 8비트(1바이트)컴퓨터용의 24자,16비트(2바이트)용의 51자 등은 이미 알려지고 있으나 미래형으로 93자·96자, 또는 2백40자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숫자 정하기(Character Set)」는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국제표준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필자가 87년에 업저버로 단 한번 참석했을 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숫자 정하기」는 정보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도 하지만 민족문화의 발전과 세계화에 더 큰 의의가 있다. 우리 글자의 근본을 먼저 재정비, 강화한 후에 용어의 표준화에 임해야 한다고 본다. 이미 많은 단체에서 용어표준화에 관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결국은 문자세트가 정비된 다음에 만들어지는 컴퓨터로서 처리해야 할 문제다.
현재 상공부 공업기반조성자금에 의한 3개년 계획으로 차세대 문자코드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정보산업 기반조성이라는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민족문화의 창달이라는 차원에서도 아울러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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