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맛집] 홍콩 요리 전문점 '미스터 차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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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많은 메뉴 리스트를 갖고 있는 음식점에서도 늘 한가지 메뉴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주인이나 주방장이 자신있다고 내놓는 메뉴거나 주특기라고 소문난 음식일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 메뉴는 남의 입에 의해 평가된 맛이어서 쉽게 싫증이 나기 때문이다. 나는 일단 내 입맛을 사로잡은 메뉴에 충성(?)을 바치는 편이다.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있는 '미스터차우(02-730-5615)'는 홍콩식 오리구이.바비큐 포크 전문점이다. 메뉴판이 쥐여지면 남들은 오리.닭.돼지고기가 있는 구이류 쪽을 펼치지만 나는 바로 "새우 딤섬"하며 주문한다.

그리고는 음식이 나올 때까지 얇게 싼 딤섬 안에 비치는 살구빛 새우의 속살을 그리며 군침을 흘린다. 이 집의 새우 딤섬은 다른 집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

우선 새우를 다져서 쓰지 않고 통새우로 속을 채웠다. 입안에서 새우의 향미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조금은 넘치는 한 입 크기지만 입이 작은 사람은 무리해서라도 한 입에 넣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곱씹어 가며 음미해볼 만하다. 통새우의 도톰한 살이 씹히는 맛이란… 여운이 남는 딤섬 피의 부드러움도 쉽게 삼켜버리기 아까운 맛이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딤섬을 갓 쪄낸 느낌 그대로, 대나무 찜기에 맞이하는 기분도 색다르다.

배부르게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1인분에 4개뿐인 게 야속해 매번 '한개만 더 있었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얼마 전 새우 딤섬이 맛있는 이유를 종업원에게 살짝 물어봤다.

이곳에서 일하는 요리사 네명 모두 홍콩 출신인데 이들의 주전공이 딤섬이란다. 게다가 매일 아침 신선한 새우.쇠고기.야채 등 속재료를 받아 소를 만들고 딤섬피를 반죽해 당일분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리고 종류에 따라 딤섬 피의 반죽도 달리한다고 한다. 좀더 많은 내용을 알고 싶었지만 더 이상은 "접근 금지"란다. 미스터차우에서 내는 딤섬은 모두 네가지. 새우 딤섬 외에 야채 딤섬, 새우.돼지고기 딤섬, 만두형 야채 딤섬 등이다.

일반적으로 딤섬만으로 끼니를 해결하긴 역부족이다. 어떤 종류든 1인분에 네개뿐이고 값도 비싼 만큼 남성들은 다른 음식을 시키고 딤섬은 맛만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점심식사로는 쌀밥이 곁들여지는 스페셜 메뉴가 9천~1만2천원. 두세명이 오리 구이.바비큐 포크.돼지갈비 구이를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구이혼합 메뉴는 3만원이다. 광화문 코리아나호텔 1층에 있다.

남경화(서울 강서구 화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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