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신문 소통 프로젝트 통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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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양고 송형호 교사(왼쪽에서 셋째)가 14일 인천 간석중학교에서 동료 교사들에게 학급 운영 노하우를 주제로 강의를 하며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인천=김경빈 기자

"세상도, 학생도 바뀌었으니 교사도 달라져야죠."

서울 광진구 자양고 송형호(47) 교사는 '정보 메신저'로 불린다. 학생.학부모.동료 교사 등 누구와도 정보를 공유하고 마음을 나눠 붙여진 별명이다. 교단 생활 24년째인 그는 "제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고민을 보듬고 능력을 키워 주는 게 참 스승"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인터넷에 능숙한 제자들 눈높이에 맞추려면 자신부터 디지털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종례신문'이다. 3년째 송 교사가 만들고 있는 학급 일일신문인 종례신문은 매일 학급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된다. 아침 조회시간에는 담임을 맡고 있는 2학년 6반 학생들에게 A4 한 장 크기의 인쇄본도 배달된다.

송 교사가 종례신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05년 3월. 처음부터 신문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한 학생이 '종례신문'으로 제호를 붙이자는 아이디어를 내 졸지에 신문이 됐다. 송 교사는 공지사항을 비롯해 학생 칭찬과 개개인의 시시콜콜한 얘기도 신문에 담았다. 김지혜(18)양은 "선생님이 학급 전체에 골고루 관심을 가져 주니 단합이 잘되고 학교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 밤 학생들과 송 교사 사이에 열리는 인터넷 메신저 대화창도 단합의 비결이다.

송 교사는 종례신문의 독자를 학생에서 학부모로 넓혔다. 매일 학생들에게 "꼭 부모님께 신문을 전달하라"고 당부하는 건 기본이다. 학부모들에게는 "오늘 종례신문엔 중요한 기사가 있으니 꼭 확인하세요"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의 적극적인 '말 걸기'에 처음엔 학부모들이 당황했다. "아이들이나 잘 가르치지 무슨 의도로 이런 메시지를 보내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종례신문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화의 창이 되길 바라는 송 교사의 마음은 통했다. 송 교사는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들며 부부 간의 대화를 강조하는 글도 신문의 단골 메뉴로 올렸다. 부모의 불화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러자 학부모들이 "우리 선생님 짱"이라는 문자를 먼저 보낼 정도로 친숙해졌다. 학부모 박주숙(47)씨는 "종례신문은 아이들과 학부모에 대한 송 선생님의 관심이 느껴지는 '창'"이라며 고마워 했다.

송 교사는 올해부터 새로운 '소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졸업생과 재학생을 연결해 주는 멘토링 제도다. 졸업생이 후배에게 공부 방법과 입시 정보 등을 전해 주도록 한 것이다. 그는 "제자들에게 거대한 정보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고 싶은 꿈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송 교사는 교사 대상 연수에 강사로 나서 자신의 학급 운영 노하우를 동료 교사에게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자양고에선 수업 개선을 위한 교사 연구모임도 주도했다. 송 교사는 "교사가 바뀌고 수업이 바뀌어야 공교육이 혁신된다"며 "그 주축은 교사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부산.인천 지역 학교에서도 종례신문을 만드는 교사들이 생겨났다. 인천 작전고 조수정 교사는 "송 교사의 학급운영 강의를 듣고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임장혁.박수련 기자 <jhim@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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