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확보도 안한채 조합설립/설립에서 무산까지의 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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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처음엔 동문말 믿고 허술하게 시작/「정보사땅 불하」확신하고 추진한듯
정보사부지매각 사기사건애 새롭게 등장한 「강남연합주택조합」과 성무건설의 아파트건설계획에 정덕현·정영진씨 형제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이 드러남에 따라 조합주택건설사업 추진이 이 사건을 푸는 새로운 열쇠로 등장하고 있다. 또 국방부가 90년 정보사 이전에 따른 부지활용계획으로 군인연금을 관리하는 군인공제회에 부지를 매각해 아파트를 지으려 했다가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져 상호 연관성이 주목된다.
국민은행의 K상고출신 한 은행원은 『90년 11월께 동문회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당시 동문회 총무였던 정덕현대리(37)가 「앞으로 주택조합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니 동문들의 많은 참여 바란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혀 「강남연합주택조합」추진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러나 서울 역삼동 D빌딩 10층에 있는 주택조합사무실에서 최근까지 직원들이 분주히 일을 했었다는 사실로 미뤄볼때 선조합결성 후부지마련의 계획아래 사업실현을 위해 뛰어다닌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빌딩관리사무실에 비치된 입주자 서류에는 조합장은 정 대리로,사무장에는 성무건설 상무이사인 이완희씨(35·잠적중),김승기씨(32)인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정영진씨의 부인 김모씨(25)도 『1년반전쯤 남편이 주택조합장이라 쓰인 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형과 함께 주택조합 일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후 설립된 성무건설이 정보사부지에 대해 총 1천2백가구 규모의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첫 사업으로 수립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이 두가지 사업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됐음을 엿볼 수 있다.
한가지 주목되는 사실은 강남주택조합에서 애초 서초동 골프장 등으로 계획했던 부지가 성무건설의 설립시기와 맞물려 정보사부지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4월쯤에 정보사땅에 착공하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군관계자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조합원들의 말은 정씨 형제가 「군부지불하」라는 실제상황에 대한 확실한 루트를 확보하게 됨에 따라 당초 계획을 바꿔 나갔다는 추측을 하고 있다.
87년 개발이 불가능한 공원용지로 지정된 정보사부지의 공원용지 일부해제조치와 90년 정보사부지에 대한 국방부·군인공제회 사이의 아파트건설에 관한 수의계약추진으로 이어지는 시기에 성무측이 뭔가 「감」을 잡거나 「선」을 대 실제 계약을 추진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논리의 상정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애당초 정씨형제는 왜 주택조합 설립구상을 하게 된 것일까.
처음에는 부동산업계에 종사했던 경험과 사채업계에서 자금동원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K상고 출신 동문들의 후광을 믿고 부지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시 짭짤한 사업의 하나인 조합아파트 건립사업에 다소 허술하게 뛰어들었지만 도중에 또다른 토지브로커조직과 「정보사부지」라는 「노른 자위」와 조우하게 됨에 따라 권력형 투기로 한몫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어 갔다고 보는 것이 주변의 시각이다.
이 사건은 ▲조합아파트신축이 불가능한 땅을 수의계약으로 불하받으려한 점 ▲입도선매방식으로 토지매매자금을 먼저 받아낸 점 ▲아파트건립으로 얻어지는 차액을 노린 점 등이 지난해초 「수서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아 수서에서처럼 배후가 개입됐을 것이란 의혹이 커지고 있다.<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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