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무력감 주는 진짜 공안사건”/정보사땅 사기사건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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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조양그룹 본사 사옥은 흉가”입방아/윤 상무 통장 뺏겨 “가족생활비 걱정”
○“사기하면 수십억대”
○…정보사부지 매각사건의 사기단들이 빼내간 돈의 행방을 찾는데 마지막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서울지검 특수1부 수사관들은 사기단이 이번 사기행각을 통해 챙기려한 액수가 무려 6백60억원에 달하자 「억」단위 이하 액수의 돈은 이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수사관들은 『이번 사건 관련피의자들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진술한 액수가 최소한 수십억원을 넘어 이제 몇억원 혹은 몇천만원 단위의 사기사건은 아예 단순사건으로 보게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너스레.
수사관들은 또 『우리들이 받는 월급을 평생 모아도 이들이 한순간에 챙긴돈 액수의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면서 『이들이야말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을 무기력하게 하는 진짜 공안사범』이라고 규정하기도.
○“풍수상 터가 세다”
○…정보사부지 사기사건에 휘말린 제일생명의 그룹본사 사옥인 서울 서소문동 85의 3 건물은 전 소유주들이 잇따라 도산하거나 사세가 기운 예가 있어 이번 사태가 터지자 재계에서는 『그 건물이 흉가임에 틀림없다』고 또 다시 입방아.
당초 서울시 소유였던 14층짜리 이 건물은 77년 12월 율산건설로 넘어간후 80년 4월 율산측이 무리한 회사확장으로 도산했고 84년 12월 이 건물을 서울신탁은행으로부터 인수했던 진흥기업도 회사가 기울면서 87년 8월 제일생명에 소유권을 넘겨줘 삼익선박·남북수산 등 조양상선 4개계열사가 입주해 있다.
율산·진흥 등이 잇따라 기울자 주변에서는 『풍수상 터가 세다』『건물의 옥탑이 위에서 보면 관모양이라서 그렇다더라』는 등 소문이 무성했으며 조양측도 입주하면서부터 새 사옥 신축을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 “싸늘”
○…정보사부지 매각사기 사건이 배후시비에까지 휘말리면서 점입가경이 돼가자 부동산업계에는 이 사건의 파장탓인지 매물이 크게 줄어드는 등 싸늘한 분위기.
정보사 인근 서초동 등 강남일대의 부동산업계는 지난주 사건이 터진 이후 그나마 가물에 콩나듯 찾아오던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는 등 불황을 거듭하던 부동산경기에 악재가 되었다며 걱정하는 모습.
○성무직원 망연자실
○…사건발생 이후 성무건설 직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갑자기 공중분해의 위기에 놓인 자신들의 처지를 걱정하는 모습.
이들은 대부분 예전보다 높은 대우를 약속받아 스카우트 되거나 지난 4월20일 공채를 통해 이 회사에 들어온 사람들로 그동안 잇따른 고가의 건축설계장비 구입과 건축타당성조사 실시로 본격적인 사업의 실시만을 믿고 기다려오다 갑자기 실업자가 될 처지에 놓인 것.
○윤 상무 담담한 표정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건초기부터 상사인 하영기사장과 매입경위에 대해 엇갈린 진술을 하는 등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장본인인 제일생명 윤성식상무는 10일 오후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실이 알려지자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는듯 비교적 담담한 표정.
윤 상무는 지난 7일 검찰에 소환된뒤 중간에 집에 돌아갔던 한나절을 빼고는 구속된 10일까지 4일간 대부분 밤을 새워 조사를 받아서인지 수염도 깎지 않은채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으나 장기간의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앞날을 예견한듯한 모습.
윤 상무는 『통장과 도장이 검찰에 압수돼 가족들이 당장 생활비가 없어 곤란을 겪을 것이 걱정된다』며 자신이 구속된 후에 통장과 도장 등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수사관들에게 물어 가족의 안부에 신경을 쓰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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