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의혹만 커진다/정보사땅 사기/안풀리는 수수께끼 5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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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사 진전돼도 궁금증만…/5대 의문점/하 사장은 왜 거짓말 했나/계약 4개월전 거액 지불/계약서 왜 국방부서 썼나/김씨 도피하면서 돈 반환/범인들 왜 자수 서둘렀나
정보사부지 매각 사기사건은 수사가 진전될수록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제일생명 사장 하영기씨가 매입계약 초기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음이 확인된데다 범인들의 자수과정과 행적·진술도 앞뒤가 맞지 않는 등 사건이 한편에선 풀리면서 한편에선 점점 복잡하게 얽히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관계기사 2,3,5,7,20,22,23면>
특히 하사장이 왜 당초에 부지매입 추진사실을 몰랐다고 거짓말을 했는지를 포함해 정상인의 상식으로는 납득이 어려운 5가지 의혹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5대 의혹,여기에 답이 나오지 않으면 사건은 풀리지 않는 셈이다.
◇하 사장 거짓말=제일생명 하영기사장은 『6월에야 사건전모를 알았으며 회사의 허락없이 정보사부지매입을 주도한 윤성식상무를 배임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험감독원 감사결과 하 사장은 정보사부지 매입 약정서가 체결되기 이틀전인 지난해 12월21일 윤상무로부터 전모를 보고 받고 결재까지 했음이 드러났다. 또 회사측은 지금까지 윤 상무를 고발하지 않았다.
◇돈 먼저 지급=제일생명은 국방부가 정명우씨 등에게 정보사부지를 매매했다는 「계약서」를 1월21일 본뒤 정식계약은 4월에 맺었다.
그러나 그보다 한달 가까이 앞선 지난해 12월23일 매매약정직후 현금 2백30억원을 계약금으로 은행에 입금한 것은 물론 중도금·잔금으로 줘야할 나머지 4백30억원도 올 2월17일 약속어음을 발행,지불해 버렸다.
◇국방부서 계약서작성=지금까지의 수사에서 김영호씨는 정명우씨 등과 국방부안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짜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되어있다. 정규육사출신으로 예비역 육군대령에 현직 이사관 군무원인 김씨가 「돈이 탐나」 사기에 가담하면서 다른 장소를 놔두고 국방부 자신의 사무실안에서 가짜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것도 정상인의감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계약금」 반환=김영호씨는 홍콩으로 도주하기전 자신이 정씨 일당으로부터 받은 81억5천만원중 도피자금 2천만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되돌려 준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건네받은 81억여원중 사례비는 5억원이고 나머지는 「계약금」이었다고 주장했다.
◇범인들 동정=「사기범」 정씨일당은 사건이 검찰로 넘겨져 본격수사가 시작된지 불과 이틀만에 동반 자수했다. 이들은 자금이 확보된뒤 올들어 예산·철원·안양 등지에 실명으로 버젓이 땅을 사놓는가 하면 한창 사기극이 마무리 되어가던 3월27일 「성무건설」을 차리고 4월에 개업식을 하는 등 도주를 염두에 두지 않은듯한 행적을 보였다. 과연 무엇을 믿고 그랬을까.<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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