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블로그] "소주값 부득이하게 올린다면 조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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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40원 오르면 음식점에선 4000원 받을텐데…." 진로가 11일부터 '참이슬' 등 소주 출고가를 4.9% 인상한다고 밝히자 한 네티즌이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려놓은 글이다.

'참이슬'과 '참이슬 후레쉬'의 출고가가 병당(360㎖) 800원에서 39.36원 오른 839.36원으로 인상된다. 소비자 가격은 890~1100원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로는 설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는 "소주값 1000원 인상되겠군" "유통 과정에 거품을 빼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더 가파르다"는 협박과 분석성 댓글부터 "부득이하게 올린다면 조금만 올려주세요 ^^;" 등의 애교섞인 댓글이 이어졌다. 벌써부터 일반음식점 등의 소주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민심이 엿보였다.

소주 가격 인상은 2004년 4월 이후 3년 만이다. 진로는 2002년, 2003년, 2004년 출고가격을 각각 7.8%, 7.2%, 8.1% 인상했다. 진로의 한 관계자는 "이번 출고가 인상이 일반음식점 소주 가격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2002년 이후 3번 출고가격이 인상됐지만 일반 음식점의 소주가격은 3000원을 계속 유지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엿가락은 엿장수 마음'. 일반 음식점 업주들이 마음만 먹으면 메뉴판에 적힌 소주가격을 업데이트 할 수 있다. 진로는 '출고가 결정권'은 있으나 '음식점 소주 가격 제한권'은 없다. 진로 또다른 관계자는 "업소의 가격을 제한할 순 없다"며 "소주 원료인 주정 가격이 3차례에 걸쳐 15.8% 인상됐으며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원가 상승요인이 누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만간 두산주류 BG도 소주 '처음처럼'의 출고가를 인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2.2%에서 올해 2.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3년간 오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려면 출고가를 높일 수 밖에 없다는 진로측 말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주머니 사정 좀 봐주세요"라는 서민들의 염원 역시 이해가 간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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