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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과 과제(92올림피아드 바르셀로나:7·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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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막대한 재정지출 적자 눈덩이/고성장따른 과소비·인플레 발등의 불/독립요구 카탈루냐 지역감정 부채질
스페인이 정치·경제적 재생을 화려하게 자축하고 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 5백주년에 맞춰 치러지는 바르셀로나올림픽과 세비야 만국박람회에 무려 14조원 이상을 투입,양대회를 찾는 전세계 각국 2천만명의 방문객과 3억5천만명의 TV시청자들에게 스페인의 발전상을 알리는데 국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프랑코총통의 독재가 막을 내린이후 16년만에 치러지는 이베리아반도 최대축제에 스페인정부와 국민은 온통 축제전야의 기대와 흥분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화려한 축제의 뒤편에는 스페인을 우울하게 하는 먹구름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위험수위의 재정적자」「민족분규 양상으로 치닫는 지역갈등」「서민생활을 옥죄는 인플레」「높은 실업률」­.
올림픽과 만국박람회 등 양대행사에 쏟아부은 막대한 재원은 가뜩이나 심각한 중앙정부의 재정적자를 위험수위로 몰아넣고 있고,EC통합이 당장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15%를 웃도는 실업률과 두자릿수를 위협하는 인플레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중앙정부가 지난해 기록한 재정적자는 사상최대인 1백5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스페인정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누적된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지난해말까지 2백30억달러의 외채를 끌어들이는 등 적자메우기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의 경우 재정적자 목표치를 1백10억달러로 책정했지만 올림픽과 만국박람회 준비에 예상밖의 굵직굵직한 뭉칫돈이 빠져나가 금년 1·4분기 재정적자폭이 90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45%나 증가하는 등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스페인정부의 재정적자가 이처럼 위험수위를 넘나들게 된데는 올림픽,만국박람회 등 국제행사를 계기로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막대한 공공부문 지출이 불가피했던 이유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중앙·지방정부의 무절제한 재정지출과 국민들의 과소비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사실 스페인은 올림픽을 유치한 86년부터 89년까지 4년동안 연평균 5%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록,EC회원국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외국기업의 대스페인 직접투자액이 4년간 3백억달러,해외자본시장을 통해 유입된 자본은 무려 3천억달러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스페인국민들은 외국산 신형 냉장고와 승용차 등 소비재구입에 열을 올렸고 여기에 정부마저도 고성장에 도취,무절제한 재정지출을 계속함으로써 꾸준한 흑자를 보였던 경상수지는 오히려 적자로 반전돼 4년동안 1백6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90년부터는 올림픽과 만국박람회 개최에 따른 재정지출이 가중됨으로써 사상최대 규모의 재정적자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10년간 집권당의 위치를 고수해온 펠리페 곤살레스 사회당정권으로서는 막대한 재정적자,높은 실업률,인플레 압박 등 3대현안이 올림픽이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93년 총선이 눈앞에 다가온 현시점에서 무리해서라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시적 조치를 취해야만 하는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나 이들 문제들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성질이 아닌데다 인플레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서는 정부 스스로 긴축예산편성,공공부문지출 억제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카를로스 솔차가 스페인 재무장관과 만국박람회 참관차 스페인을 방문한 최각규부총리가 양국의 상황이 유사함에 인식을 같이하고 서로 조언을 구했다는 대목은 전 대회개최지인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악화되고 있는 지역감정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속해있는 카탈루냐주는 오래전부터 자치독립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해 있으며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카탈루냐는 여타 스페인지방과 다르다는 점을 확실히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영국·프랑스어·스페인어와 함께 「지방어」인 카탈루냐어가 올림픽사상 처음으로 공식언어로 채택된 점이나 개막식에 스페인국기와 카탈루냐주기가 나란히 입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카탈루냐 각계 지도자들의 모임에서 「우리의 상황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리투아니아와 같다」고 규정한 사실은 지역감정이 민족분규 양상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불길한 징후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카탈루냐 주민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중앙정부를 비롯한 다른 16개 지방을 자극,바르셀로나올림픽을 의도적으로 카탈루냐주 행사정도로 평가절하시키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달 그리스 올핌피아에서 열린 성화채화식에 중앙정부는 물론 스페인올림픽위원회(SOC) 관계자들조차 단 한명도 참석지 않은 점은 지역감정이 어느 수위에 와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올림픽을 계기로 골이 깊어만 가는 지역감정을 어떻게 추스르느냐 하는 문제도 스페인이 풀어야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바르셀로나=문일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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