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엔 동·서양 유머 코드 함께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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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동.서양의 유머 코드가 모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11일 홍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나타난 '슈렉3'의 러먼 휘(Raman Hui.44.사진)감독은 슈렉 시리즈의 인기 요인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2001년 처음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4억8440만 달러(약 4490억원)를 벌어들인 '슈렉'은 3년 뒤 두 번째 시리즈를 통해 9억2070만 달러(약 8535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역대 애니메이션으로는 최고의 흥행 성적이며 전체 영화 박스오피스 7위의 기록이다.

1, 2편에서 책임 애니메이터였던 휘 감독은 이번 3편에서는 크리스 밀러와 함께 공동 감독을 맡았다. 홍콩 태생인 그는 그래픽디자인 전공으로 홍콩 폴레테닉대를 졸업한 뒤 캐나다로 건너가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배웠다. 그 후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미국 PDI 스튜디오에 입사, 본격적인 애니메이터로서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1995년 드림웍스와 공동작업을 하게 되면서 '슈렉'제작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끼고 살았다는 그는 그래서인지 마흔의 나이가 무색하게 앳된 모습이었다. 그는 "홍콩에서 태어나 17년간 살았기 때문에 슈렉을 만들 때 동양적인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1편에서 피오나 공주가 로빈 훗 일당과 싸우면서 브루스 리 스타일의 쿵푸를 선보인 것이나 2편 마지막 전투 장면에 홍콩 느와르 영화의 촬영기법을 도입한 것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이런 아시아적 감각이 은연 중에 미국 관객에겐 신선함을, 동양 관객에겐 친숙함을 준 요소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3편에서 슈렉은 아버지가 된다. 그러면서 아버지로서의 책임감, 가족의 중요성 등 기존의 슈렉답지 않은(?) 가치관이 강조된다. 이를 두고 "슈렉이 디즈니적인 보수적 캐릭터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휘 감독은 이에 대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1편에선 '아름다움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에서 오는 것', 2편에선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보수적인 주제를 다뤘으며 다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을 디즈니와 차별화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번 3편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되 너무 무겁지 않게 다루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홍콩=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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