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물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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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여름이다. 물이 생각나는 계절, 펀드 시장에서도 '물 펀드'가 물 만났다. 20세기 전쟁이 '블랙골드(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21세기 전쟁은 '블루골드(물)'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 될 거라는 말까지 나온다. 물의 희소가치가 자꾸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은 14억㎦이지만 민물은 3600만㎦로 전체의 2.6%며, 이중 먹을 수 있는 물은 0.1%(3만4000㎦)에도 못 미친다. 물 관련 산업.기업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물 펀드가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다.

◆쏟아지는 물 펀드=한국투신운용은 이달 초 '월드와이드워터섹터펀드'를 출시했다. 전세계의 상하수도 담당업체와 물 자원을 개발하는 인프라 업체, 생수를 생산하는 소비재 업체 등을 투자대상으로 삼는다. 특히 물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중국 등 신흥 공업국에 자산의 20%를 투자한다. 물 관련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도 나왔다. HSBC은행은 '워터인프라듀얼인덱스펀드'를 17일까지 판매한다. 물 관련 50개 기업으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워터인덱스'와 인프라 관련 기업으로 구성된 'UBS글로벌인프라스트럭쳐인덱스'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된다.

앞서 지난달에는 물 펀드 3개가 한꺼번에 출시됐다. 삼성투신운용의 '삼성글로벌워터주식펀드', 산은자산운용의 '산은S&P글로벌워터펀드', 한화투신운용의 '한화글로벌북청물장수펀드' 등이다.

◆"장기 전망 밝아…분산 투자로 접근"=물 펀드의 '봇물' 은 수자원 개발, 하수처리, 수질 관리 등 다양한 관련 산업이 번창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물 관련 시장 규모는 총 3650억 달러(340조 원)에 달하며 매년 8~10%씩 성장하고 있다. 한화증권 정기왕 마케팅팀장은 "이상기후, 산업화, 도시화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물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머징 국가에선 안전하고 깨끗한 물에 대한 수요가, 선진국에서는 그동안의 노후화된 설비의 교체 수요가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1인당 물공급 가능량은 전세계 평균의 4분의 1수준에 불과, 400여 개 도시가 물부족 현상을 겪고 있어 물 관련 인프라 사업에 대한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향후 전망만큼 과거 수익률도 괜찮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03년 8월 발표된 블룸버그워터지수는 최근까지 187.2% 올라 같은 기간 MSCI월드인덱스 상승률(74.5%)을 배 이상 웃돌았다. 벨기에 KBC운용의 '에코워터펀드'는 2003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이 달러화 기준 41.58%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섹터 펀드의 일종인 만큼 분산 투자하는 차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허진영 연구원은 "자산의 20% 정도를 분산투자해야 한다"며 "장기 성장 전망을 보고 투자하는 만큼 단기로 투자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 물 펀드라고 해도 투자 대상 기업이 다른 만큼 가입 전에 투자 설명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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