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盧대통령 임기내 일본 방문해 국민에 메시지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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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12면

신인섭 기자

박철희 교수=21개의 사설을 내게 된 계기는.

일본 아사히신문 논설주간 와카미야

대담=박철희 교수

와카미야 주간=아사히신문은 호헌론을 펴왔지만 헌법기념일 60주년을 맞아 어떤 새 메시지를 낼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것이 목적의 하나다. 다른 하나는 지금의 세계 정세변화 속에서 일본이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를 고려했다. 안전보장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 등으로 지구가 위기에 빠져 있을 때 일본의 역할에 대해 제언하게 됐다. 1년 동안 온난화ㆍ에너지ㆍ아시아 문제ㆍ헌법 등에 대한 기획(‘신전략을 찾아’)을 했다. 여러 분야에서 제언하려고 해서 21개의 사설이 됐고, 21세기이니 21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박=사설을 읽고 신선했던 것은 ‘지구 공헌 국가’ 개념이다. 일본의 전후 자유주의자들은 ‘평화국가 일본’을 기치로 내걸었다. 이후 오자와 이치로 현 민주당 대표(전 자민당 간사장)의 보통국가론이 나왔다. 일본이 금전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인적인 국제공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구 공헌 국가’는 이와 비교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와카미야=국제공헌은 걸프전 이후 논의가 본격화됐다. 일본이 ‘일국 평화주의’에 안주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주로 군사적 공헌을 해야 된다고 하는 의미에서 사용된 용어다. (이 점에서) 비판과 공격을 받아온 아사히신문으로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과제였다. 우리가 이번에 생각한 것은 군사적인 공헌도 어느 정도 해야 하지만 좀 더 큰 공헌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어떻게 보면 테러나 핵문제보다 더 심각하다. 일본은 에너지 절약 분야 등에서 크게 공헌할 수 있다. 이것은 국익이 되고, 국가전략적으로도 결코 나쁘지 않다. 국제공헌보다 더 넓은 개념에서 지구 공헌을 제언하게 됐다. 여기에는 꿈도 있다.

박=일본의 개헌론을 보면 군사적인 데 집중돼 있다. 제9조를 고치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도 일본 국민의 손으로 직접 헌법을 제정하고 싶다고 얘기하고 있다. 헌법 제9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와카미야=여러 가지를 생각한 결과 9조는 남겨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은 ‘평화 브랜드’로서 제9조를 갖고 있는 나라로 안심해도 된다고 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서도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제9조를 갖는 소극적 발상이 아니라 세계를 위해 뭔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차원에서 제9조를 갖는 것이 득이라고 생각했다.

박=3년 전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를 만나 보니 헌법 개정까지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개헌까지 얼마나 걸리겠나.

와카미야=제9조를 바꾸는 개헌이라면 희망적인 관측이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제9조에 관해서는 국민의 콘센서스가 전혀 없다. 여론조사도 반대가 60%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하는 개헌론인 만큼 제9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자위군으로 바뀌는 데 대한 찬성 비율은 18%밖에 안 된다. 이것이 10년 지나면 60%가 될 것인가.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다.

박=아베 총리 얘기가 나왔는데 그는 ‘전후체제의 탈피’를 내걸고 있다.

와카미야=아베 총리는 자유와 민주주의, 기본적인 인권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일본에서 보장한 것은 바로 헌법이었다. 이 헌법이 전후체제에 의해 강요됐기 때문에 다시 고치자는 것은 어딘가 이상하다. 헌법에 의해 자유와 민주주의가 일본에 정착됐음에도 전후체제를 탈피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모순이다. 전후를 부정하고 전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으로 외부에 보일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반대다.

박=일반 한국인이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것은 그곳에 합사된 A급 전범 때문이다. 단순히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아베 총리가 참배할 가능성은.

와카미야=보통 일본 사람들이 야스쿠니를 참배할 때 A급 전범을 위해 참배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 병사들을 추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에 대해 중국과 한국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신조도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야스쿠니는 과거를 미화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징적 시설이다. 총리가 참배하면 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만둬야 한다고 누차 얘기해왔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전 총리보다 더한 내셔널리스트이지만 아직 참배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정권을 맡는 기간 중에는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박=7월에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아베 정권은 언제까지 집권할 수 있을 것인가.

와카미야=잘 모르겠지만 (참의원 선거 이후에도) 그 가능성은 적어도 5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박=지난 수년 동안 한ㆍ일관계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지금도 완전히 복원되지 않은 것 같다.

와카미야=노무현 대통령은 처음에는 과거를 들추지 않는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그렇지 않은 면을 보였다. 독도(일본명 다케시마) 문제와 관련해 시마네현의 조례 제정은 고이즈미 전 총리에게도 뜻밖이었다. 이것은 사실보다 더 부풀려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한번 일본에 와서 아베 총리와 회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본 국민에게 직접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노 대통령의 생각이 일본 국민에게 잘 전달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거친 발언만 뉴스가 된 것 같다. 동아시아 평화 등에 대한 생각을 일본 국민에게 전했으면 한다. 일본기자클럽에 오면 충분한 시간을 마련하겠다.

정리=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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