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대담한 희망’ 인종의 벽 넘을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9호 07면

오바마(가운데)의 지지율 상승에 맞춰 후원 세력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윈프리, 스필버그, 게펜, 카첸버그, 그리고 오바마의 아내 미셸.

오바마는
1961년 8월 4일 하와이 호놀룰루 출생.
하와이대 학생이던 케냐 출신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는 오바마가 두 살 때 이혼, 6~10세 때엔 인도네시아 출신 학생과 재혼한 어머니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성장 (현재는 부모 모두 사망)
1979∼81년 LA 옥시덴탈 대학
1981∼83년 컬럼비아 대학(정치학 전공)
1991년 하버드대 법률대학원 졸업
1996년 11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당선
2000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 출마를 위한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낙선
2004년 11월 연방 상원의원 당선
2007년 2월 10일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

2004년 7월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케냐 출신 아버지와 미국 캔자스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버락 오바마의 연설은 미국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오바마는 ‘대담한 희망’이란 연설로 일약 스타가 됐다. 그해 그는 연방 상원의원 선거(일리노이주)에서 압승, 흑인으로선 사상 다섯 번째로 상원 입성에 성공했다. 그런 오바마가 이젠 백악관의 주인이 되겠다는 ‘대담한 희망’을 품고 뛰고 있다. 과연 인종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열풍의 근원은 신선미

“오바마 연설장은 록스타 공연장을 연상시킨다”는 게 미 언론 보도다. 지난달 28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민주당 연례 당원대회를 로이터 통신은 이렇게 묘사했다. “당원들은 힐러리 클린턴에게 따뜻했다(warm for Hillary). 그러나 오바마에게는 열광했다(wild for Obama).” 이런 ‘오바마 현상(Obama Phenomenon)’에 대해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개인의 매력과 대중의 열망이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오바마가 내세우는 건 ‘변화와 단결, 그리고 희망’이다. 그는 자신을 ‘워싱턴의 국외자(outsider)’라고 부른다. 워싱턴의 고질병인 당파성과 네거티브 정치의 청산을 외친다. 자신의 성장과 성공을 소개하며 희망을 말한다. 기성정치에 물들지 않은 신선함, 그걸 그대로 전하는 메시지가 정치에 식상한 대중을 끌어들인다.

“오바마 때문에 정치 환멸이 사라졌다”(대학생 캐슬린 하비ㆍ로이터 통신)는 말처럼 특히 청년과 지식인에게 먹히고 있다. 오바마 바람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건 1분기 선거자금 모금 결과다. 오바마는 총액(2480만 달러)과 개인 기부자(10만4000명)에서 힐러리(1910만 달러, 5만 명)를 압도했다.

클린턴 이후 최고 웅변가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오바마 연설엔 전류가 흐른다”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미 최고의 웅변가로 평가했다. 그러나 늘 격정적 연설을 하는 건 아니다. 지난달 8일 아이오와의 소도시 콜로를 방문, 소규모 청중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는 농담도 거의 하지 않고 차분하게 비전을 설명했다. 한 청중은 “마치 교수 같았다. 모두 그에게 몰입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타운 홀 미팅(크지 않은 장소에서 이뤄지는 유권자와의 만남)에선 청중을 흥분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대규모 군중 앞이라면 다른 스타일로 청중을 열광시킬 수 있다”며 연설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알맹이가 부족한가

오바마에겐 “2년여의 상원의원 경력으로 미국을 통치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늘 따라다닌다. 이때마다 그는 “이라크전을 주도한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을 보라. 경력은 화려했지만 판단력엔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고 반격한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선 문제점을 드러냈다. “알카에다가 미국 2개 도시를 공격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비상대응 태세를 점검하고, 제대로 된 테러정보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밋밋하게 대답했다. 반면 “단호히 보복할 것”이라고 답한 힐러리 진영은 이튿날 “미국이 공격받을 경우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후보는 힐러리임이 입증됐다”는 성명을 냈다. AP통신은 최근 오바마에 대해 “스타일은 있지만 실질(substance)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흑인 지지만으론 부족

상원 빌딩의 오바마 방엔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연방대법관으로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한 서굿 마셜의 사진이 걸려 있다.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빨간 권투 글러브도 붙어 있다. 모두 흑인으로, 흑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흑인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흑인 대다수는 민주당 편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힐러리의 흑인 지지기반을 상당 부분 잠식했다. “첫 흑인 대통령 탄생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지며 “반(半)은 백인의 자식이다. 명문대를 나온 오바마는 별세계 족속”이라는 일부 흑인의 냉담한 기류도 점차 바뀌고 있다.

그러나 흑인 지지를 넓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백인을 놓치면 백악관 차지는 불가능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에게 가장 큰 문제는 인종 변수”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백인은 여론조사에선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가 흑인일지라도 찍겠다고 말하지만 투표소에선 백인을 찾아 찍는다”고 했다. 오바마가 흑인 비하 발언을 한 CBS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돈 아이무스를 거론하지 않는 등 흑인만의 이슈를 꺼내지 않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