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LG카드 인수전, 우리·하나은행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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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 인수전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2파전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나은행 이외에 LG카드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공식적으로 LG카드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이덕훈 행장은 17일 "마땅한 인수 희망업체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李행장은 "1개 은행이 경영권을 확보하도록 힘을 몰아줘 정상화시킨 뒤 다른 은행들이 채권을 회수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며 "인수할 여력이 있는 곳은 우리.하나.산업은행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LG카드와 채권단은 8개 채권은행 중 한 곳에 LG카드를 매각키로 했다. 인수가격으로 1조원 이상을 제시한 은행 중에 최고 가격을 써낸 은행이 인수대상자로 선정된다. 채권단은 LG카드를 인수한 은행에 LG증권도 인수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구본무 회장 등 LG 개인 대주주가 보유한 LG증권 지분은 '1원'에 양도받고 법인 대주주가 갖고 있는 지분은 시가에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LG카드를 누가 인수하느냐는 자금 여력과 시너지 효과에 달려 있다.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8개 채권은행은 국민.우리.신한.조흥.하나.기업.산업은행과 농협이다.

국민은행은 이미 국민카드를 합병해 인수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조흥은행을 인수하느라 이미 '실탄'을 써버린 상태다. 자금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농협은 "특수목적의 금융기관이 지나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정서상 맞지 않는다"며 인수 가능성을 부인했다. 거래소 이전 작업에 여념이 없는 기업은행도 "중소기업 지원도 벅찬데 신용카드나 증권으로 업무영역을 확장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관망적인 자세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인수 가능성이 큰 곳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으로 좁혀진다.

우리은행이 올해 1조3천억원이 넘는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지주회사인 우리금융이 지속적으로 대형 증권사의 인수를 추진해왔다. 다만 우리은행은 LG카드의 주채권 은행이라 그동안 드러내놓고 인수 의사를 밝히지 못했었다.

2005년 금융지주회사 출범을 준비 중인 하나은행도 카드.증권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필요성이 크다. 현재 은행의 비중이 95%여서 비은행 부문을 늘리지 않으면 지주회사로서의 구색을 갖추기 어렵다. 하나은행 측은 가격 조건만 맞는다면 인수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인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가격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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