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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윤곽 드러난 방송 2차 개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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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케이블.위성방송을 통해 일본 드라마를 볼 수 있다. 생활정보.문화예술 등 교양 프로그램의 경우 뉴미디어는 물론 지상파TV에서도 볼 수 있다.

방송위원회와 문화관광부는 최근 세차례 실무 협의를 거쳐 일본 방송 추가(2차)개방안의 윤곽을 대체로 확정했다. 이 안은 몇가지 이견 조정을 거쳐 오는 24일 전후 발표될 예정이다. 문화부는 지난 9월 대중문화 4차 개방안을 발표했지만 '핵심'으로 통하는 방송의 경우 파급력을 고려해 추후 결정키로 했었다.

◇드라마.교양.가요 풀고, 오락은 묶어=방송 개방안은 뉴미디어와 지상파 간에 속도조절을 하는 매체별 단계적 개방으로 요약된다. 문화부와의 합의 과정에서 애초 방송위 안보다는 개방 범위가 넓어졌다.

17일 방송위에 따르면 우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인 드라마가 최초로 열린다. 단 급격한 충격을 피하기 위해 지상파는 제외된다. 대상은 '12세 이상 시청가'(모든 연령 및 어린이 시청가 프로그램)수준으로 잡고 있지만 최종 조율 과정에서 개방 범위가 더 확대될 수 있다.

또 대중가요의 경우 한국 가수가 일본 노래를 부르거나 국내에서 공동 공연을 하는 경우 등에 한해 허용할 방침이었으나, 꼭 '공동'이 아니더라도 일본 가수의 국내 공연은 방송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그러나 버라이어티 쇼나 토크쇼 등 오락 장르는 이번 개방에서 제외됐다.

물론 개방 폭에 대해 방송위와 문화부의 입장이 완전 일치하는 건 아니다. 17일께로 예정됐던 개방안 발표가 연기된 것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송위 오광혁 정책 3팀장은 "개방을 더 하자는 문화부와 미세한 의견 차이가 있지만 큰 그림은 대부분 확정된 상태"라며 "1월부터 시행하려면 늦어도 다음주 중 발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부 관계자는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한 상태로 구체안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1월 1일 부분도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전문채널도 들먹=방송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조만간 일본 전문 채널도 2~3곳 등장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내년 3월 채널 개국을 준비하고 있는 OSB 측은 "4~5년 전부터 관심을 가져왔으며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드라마.스포츠.어학.요리 등 장르를 총망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화.드라마 채널 역시 당장 일본 콘텐츠를 편성에 방영할 예정이다. OCN은 내년 1월 5일부터 일본 TBS에서 방영됐던 인기 드라마 '퍼스트 러브'를, 22일부터 '한여름의 메리 크리스마스'를 내보낸다. MBC드라마넷 역시 '도쿄 러브스토리''101번째 프로포즈''춤추는 대수사선' 등 일본에서 히트한 드라마를 내년 초부터 방영한다는 방침이다. 한 음악 채널은 올 12월 31일 시작해 해를 넘겨 계속되는 한 유명 가수의 공연을 1월 1일부터 방영한다는 발빠른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어떤 영향 미칠까=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이번이 4차지만, 방송 자체는 2000년 6월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 개방된 장르는 스포츠.다큐멘터리.보도 프로그램. 그러나 지난 3년간 수입 점유율은 평균 9.5%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상파 3사의 국내 제작 프로그램 편성비율은 올 상반기 94.8%에 달한다.

그러나 비록 오락이 묶였지만 드라마와 교양 등이 개방되는 이번 안이 가져올 파장을 선뜻 예측하긴 어렵다. 방송영상산업진흥원 김영덕 연구원은 "대만.홍콩에서 일본 드라마가 성공했듯이 우리 방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안정적 진입을 원하는 일본이 거대 프로그램 공급업체(PP)나 지상파 채널 등을 선호할 것으로 보여, 경쟁에서 밀리는 일부 PP의 선정성 문제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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