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후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최근 야심작 『후크』는 찬사·아쉬움이 뒤섞인 감정을 우리에게 준다. 「네버랜드」라고 만들어낸 엄청난 규모의 세트는 우리가 꿈꿀수 있을 모든 재미로움으로 가득차 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진지하게 그려보던 환상이 거기 그대로 실재함을 볼때의 감격이 그속에 있다. 그러나 스필버그가 자신의 영화를 『피터팬』이라고 이름짓지못하고 『후크』라고불러야했던 그 이면을 생각해본다면 단순히 감격으로 대할수만은 없을것 같다.
후크선장은 동화 『피터팬』에 나오는 악당이자 유일한 어른이다. 우리가 「피터팬 신드롬」이라고 부르는것처럼 피터팬은 본질적으로 어른 세계에 반감을 갖고 있으며 그 결과가 결코 어른이 되지않는 동화의 섬 네버랜드와 평청한 어른 후크선장이다. 스필버그는 후크가 되어버린 피터팬을 피터팬으로 되돌려놓기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후크』는 네버랜드를 떠나 사회의 일원으로 늙어가면서 배가 나오고, 탐욕스러워지고, 이기주의적이 된 피터팬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한번 부식하기 시작한 동심은 이렇게 순식간에 변질되고 만다는 경고처럼 피터팬은 미운 어른이 되어버렸다.
스필버그는 가장 어린이다운 눈으로 영화를 만들수 있는 독보적 감독으로 인정되어왔다.
이미 『ET』에서 증명됐듯이 그의 시각은 너무나도 독특하다. 그는 동화의 세계를 이해하는 어른이 아니라 자기 자체가 동화적이다. 『ET』에서 하늘을 나는 자전거를 상상해낼만큼 그에겐 현실 경험이 강요하는 불가능이란 한계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후크』를 보면서 우리가 만난 스필버그는 억지로 예전처럼 꾸며보려는 모습이었다. 영화가 퍼붓는 엄청난 물량과 기술로 인해 관객의 눈은 현혹당하지만 예전에 그의 영화를 보면서 마치 현실·과거가 맞물려 있을것같은 3차원으로 빠져들던 감동은 느낄수없다.
어른이 되어버린 피터, 피터를 사랑하는 팅커벨, 피터가 없는 네버랜드가 지루해진 후크선장…. 그 발상의 시작은 여전히 기발하지만 너무 많은 얘기들을 우그러뜨려 넣으려는 과욕때문에 영화가 길고도 지루해져버렸다.<김은주·영화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