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 지음, 크레듀, 220쪽, 1만2000원
황당한 문제 하나 내겠다 . '중국인을 도형으로 그려보시오.' 13억 인구를 그림으로 표현하라니 난감함이 앞설 것이다.
자타공인 중국통으로 최근까지 중앙일보 베이징 주재 특파원이었던 지은이는 그 곤란한 질문에 다음 같은 대답을 내놓는다. 만만디, 만리장성, 언제 뒤통수칠지 모를 사람들…. 그는 우리가 중국 인하면 떠올리는 온갖 이미지의 '오해와 진실'을 예리하고 차분하게 풀어간다.
그가 본 중국은 일단 네모다. 사방으로 삥 둘러친 자금성의 높은 담을 생각해보라. 227년 전 연암 박지원은 중국 땅을 둘러보며, 마을 곳곳 왜 이리 담이 많은가를 가장 궁금해 했다. 옛날만이 아니다. 사각형의 중국은 아직도 유효하다.
중국 사무실에는 까치발을 들어서야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높은 파티션이 일반적이고, 고급 아파트에선 철벽같은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 그 철옹성에서 나는 '천하'의 주인이 되고 남과는 철저히 분리된다. 옆에서 누가 무슨 짓을 하든, 남의 바지 지퍼가 열려있어도 못 본 체하는 게 중국인이다. 올림픽에서 개인경기는 펄펄 날지만 단체경기는 죽을 쑨다.
반듯한 네모가 이뿐이랴. 운율을 맞춘 사자성어식 대화가 오가고, 회의 자리배치를 놓고 또 다른 회의가 열릴 만큼 사각의 정형성은 중국 사회 곳곳에 배어있다.
그러나 중국은 또한 동그라미다. 남이 침범할 수 없는 원칙과 형식을 내세우면서도 속내는 지극히 가변적이다. 불법 자가용택시가 성업해도 '필요한 존재니까'라는 이유로 단속이 허술하고, 간판이 허술한 음식점은 메뉴도 제 맘대로 바뀐다. 탈북자 조치만 해도 북한 송환인지 대한민국행인지 '그때그때 달라요'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도 여기서 나온다. 정통과 비정통, 합법과 불법, 맞는 것과 틀린 것의 구별이 모호하다. 무언가 물었을 땐 단박에 호불호가 드러나지 않는 '하이싱(괜찮다)'으로 돌아온다. 비즈니스에선 특히나 그렇다. 늘 속으로 득실을 저울질하며 셈하는 회색지대 전략, 중국인에겐 권모술수가 아닌 '중용의 도'가 된다.
지은이는 네모와 동그라미 한쪽만으로 중국인을 이해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유가와 도가의 공존할 수 없는 뿌리를 공유하며 자라난 나라, 명분과 실리 사이의 함수관계를 아는 그들. 책을 덮을 때쯤 거대 중국 상대법을 조금은 알게 된다. 거대 중국의 실체를 요령 있게 훑어내린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이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