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자사 「순익줄이기」법석/“10%선 맞추라”당국 지시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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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돈장사만 살찌웠다”비난의식/보유주 자전거래 등 편법동원/주가 왜곡심화 투자자 피해 우려
고금리속 이익을 너무 냈다는 비난을 의식,정부가 결산실적을 편법조작토록 단자사들에 지시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있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재무부는 6월말 결산단자사들의 91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30% 이상 대폭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자 최근 각 단자사들에 순이익을 전년대비 10% 증가수준에서 꿰어맞추도록 요구했다.
당국의 이같은 지시는 자금흐름 왜곡으로 심한 기업자금난 속에 단자사들만 살찌도록 했다는 세간의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순이익 줄이기는 이른바 역분식 결산이라는 편법으로서,단자사들의 영업실적에는 별로 변함이 없지만 당연히 내야할 세금을 안내게 될뿐 아니라 결산기의 영업실적이 민감하게 반영되는 주가에도 왜곡된 영향을 미쳐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상장사의 무더기 도산과 공인회계사의 부실감사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져 공인회계사가 구속당하기까지 한 상황에서 정부 스스로가 분식결산을 지시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라고 관련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당국의 지시에 따라 단자사들은 결산시점인 지난달말 대대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고,보유주식을 자전매매함으로써 주식평가손실을 실현시키는 등의 편법으로 당기순이익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동양 등 4대 선발대형사들의 경우 5월말 현재 가결산 때는 사당 2백30억원선의 순이익이 집계됐으나 6월말 결산순이익은 한달 장사를 더하고도 오히려 그보다 줄어든 2백10억∼2백20억원선에서 맞추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후발단자사들도 작년 실적이 부진했던 일부사를 제외하고는 순이익을 10% 증가수준에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손충당금이란 꿔준 돈을 떼일 것에 대비,평소에 미리 쌓아두는 돈으로 단자사의 경우 어음할인·콜론 등 총 대출액의 2%까지는 세금을 낼때 손비처리가 된다.
단자사들은 지난달말 주로 어음보유 규모를 늘려 대손충당금 규모를 키웠는데 대형사의 경우 30일 하루에만 1천억원 가까이 어음할인을 한 회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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