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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재편 이해얽혀 충돌 위험(출범6개월 흔들리는 CIS: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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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군사안보/전략핵 「러」이관 우크라 등서 불만/병력·무기 분배 문제로 갈등 계속
소비예트연방이 해체되고 독립국가연합(CIS)이 출범한 이후에도 남아있는 유일한 연방차원의 조직인 소련군은 4백만 병력과 1만8백여개의 전략 핵탄두를 보유,미국에 버금가는 막강 전력을 자랑해왔다. 이러한 소련군도 사회주의의 파탄,소련 해체라는 역사의 거대한 원심력에 의해 결국 분할 해체의 길을 가고 있다.
당초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대다수 CIS정상들은 각국별 독자군을 허용하되 핵무기를 포함한 구소련 전력의 대부분을 CIS 통합군으로 묶는 구상을 지지했다. 그러나 재래식 전력재편과 관련,러시아의 패권주의를 우려한 우크라이나·몰도바·아제르바이잔 3개국이 이에 반대,3월중순 러시아가 통합군 유지 구상을 포기하고 독자군 창설로 돌아섰다.,
이로써 구소련군의 해체,독자군 창설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이 되었다. 이러한 군재편과 함께 CIS차원의 안보구상도 바뀔 수 밖에 없었다. 통합군 구상이 파탄을 겪으면서 각국의 독자군을 바탕으로 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형 집단안보체제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지난 5월15일 CIS정상들은 타슈켄트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끝에 집단안보체제 구축을 골자로 하는 상호 방위협정을 체결했으나 11개 CIS참여국중 우크라이나·벨로루시·몰도바·아제르바이잔·키르기스 등 5개국이 협정서명을 거부,또 하나의 CIS해체 조짐으로 받아들여졌다.
군재편이 실질적 해채로 귀결되면서 구소련의 무기 및 병력의 분배문제가 새 갈등요인으로 등장했다. 이중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 핵무기와 흑해함대 문제다.
러시아·우크라이나·카자흐·벨로루시 등 4개국에 배치돼 있는 구소련 핵무기에 대해 이들은 전략핵의 단일통제 원칙에 합의했다. 또 지난달 16일 옐친대통령이 미국측과 전략핵을 70%까지 감축키로 합의,소련해체 이후 핵통제의 이완에 대한 우려는 상당부분 해소된 상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의 민족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대가없이 핵무기를 러시아로 넘겨주는 것은 러시아의 패권주의를 충족시키는데 이용될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어 기존 합의가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흑해함대 관할권을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줄다리기는 CIS존립의 최대 위협요소인 양국간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현재 공동관할키로 잠정 합의했지만 양국 충돌의 실마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를 사고 있다. 현재 소련해체 이후 우려했던 대규모 군사충돌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세계대전의 위험은 크게 줄었으나 국지전이 발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나고르노­카라바흐지역 유혈충돌에서 보는 것처럼 민족갈등·영토분쟁이 시한폭탄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CIS존립의 핵심고리인 군사안보 부문에서 각국이 자국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고 있고 참여국간 군사충돌 위험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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