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하차도|착공 1∼2년 연기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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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시민공청회」 주요토론 내용>
사업계획의 타당성 등을 놓고 논란을 빚어온 서울시의 지하차도 착공시기가 1∼2년 연기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29일 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서울시지하도로 건설에 관한 시민 공청회」에서 참석자들 대부분이 장기적인 지하차도 개발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투자 우선순위와 재원조달및 기술적인 문제점 등을 들어 건설시기를 신중치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함에 따라 내년말로 예정된 착공시기를 1∼2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상도로가 포화상태에 이르는 2000년대의 교통난해소를 위해 지하차도 건설은 필요하지만 완벽한 설계 등 철저한 사전준비와 기술축적이 안된 상태에서 성급하게 사업을 추진할 경우졸속시공이 우려된다』며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점과부작용을 최소화한 뒤 착공시기를 결정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청회에서 제기된 주요토론 내용을 요약·정리한다.
◇박창호교수(서울대공대)=지하도로 건설은 부족한 도로망을 확장시키고, 지상도로에 비해 공사비 등이 저렴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건설의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착공을 너무 서두르는 것은 반대한다.
2001년이면 승용차대수가 2백만대에 달하나 승용차 수송분담률은 현재의 30%에서 10∼15%로 낮아져 주차 차량이 많아진다. 따라서 소통을 위주로 한 대책보다 주차장 확보 등 주차공간 확충사업을 우선 벌여야 한다.
이도로는 2000년 이후에 나 투자효과가 나오는 것으로 교통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시점에서는 오히려 단기적인 소통정책을 우선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변근주교수(연세대공대)=2000년대의 지하공간 활용은 세계적 추세이나 개발시기가 중요하다. 특히 지하구조물은 지상과는 달리 구조 공학적으로 이미 건설한 것을 변경하기 어렵고 지하철공사보다 훨씬 고급기술을 필요로 해 충분한 경험이나 기술없이 건설할 경우 졸속을 낳을 우려가 있다.
교차로·진출입로·분기구조의 복잡성은 이론적인 연구만으론 미흡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지상 콘크리트구조물의 수명이 20∼30년인데 비해 지하의 콘크리트는 부식이 빠르므로 영구적인 시설을 위해서는 터널공사를 콘크리트가 아닌 다른 내구재로 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하며 잠정 결정된 노선도 재고해야 한다.
◇조원철교수(연세대공대)=지하도로의 독자적인 개발은 자칫 잘못하면 지하공간의 동선을 차단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하수도망, 유류·가스 비축기지, 주차장, 쓰레기운반용 터널건설 등 지하도로건설과 연관된 다른 지하시설물 건설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한 뒤 유기적으로 지하공간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서울시가 지하권종합개발 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라 점진적으로 지하차도를 뚫어나가야 할 것이다. 지하권을 본격 개발할 경우 많은 양의 지하수가 흘러나올 것으로 보이나 이에 대한 처리대책이 없는 것도 문제다. 또 지하의 환기대책뿐만 아니라 지하공간에서 배출되는 매연이 지상생태계를 파괴하는 등의 악영향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터널높이 등도 지하에서의 운전자 심리를 감안해 적정하게 연구돼야 한다.
◇이인위교수(홍익대공대)=교통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10부제운행 등 통행수요조절 정책으로 교통난을 해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지하도로 건설 등을 통한 도로용량확대는 불가피하다.
외국의 사례나 대형공사의 투자분석결과를 보면 일단 결정한 정책을 지연시킬 경우 손해가 이익보다 훨씬 컸다. 지하개발의 추세로 보아, 또 더 이상 지상도로건설이 어렵다면 지하도로를 하루라도 빨리 뚫는 것이 옳다. <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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