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낙점에 고민하는 YS/민자 지도체제 정비싸고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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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JP와 밀약설… 민정·민주계 반발/이종찬 잔류후 「박태준대표」 돌출/김­박 공동대표제·최고위원 다수제 등도 거론
김영삼민자당대표가 전당대회 이후 자신의 대권행보에 당내 최대걸림돌이었던 이종찬의원을 끌어안음으로써 다음 수순인 당지도체제 정비문제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이 문제는 대선이후 당내 권력판도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어 벌써부터 각계파·세력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더구나 이 의원이 당내 잔류선언과 함께 『김종필최고위원의 당대표 선출 반대』를 표방한 뒤여서 당지도체제 개편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또 한차례 내분에 휩싸일 수도 있다.
김 대표도 사안의 예민함을 감안,언급을 자제한 채 8월말 내지 9월초 지도체제 개편을 목표로 암중모색을 거듭하고 있다.
○…민자당은 오는 8월말 덕유산 대규모 당원수련회 또는 그 직후 상무위원회를 열어 김 대표를 당총재로 추대하면서 당을 선거체제로 전환,김 후보를 집중 부각하는 기본계획을 갖추고 있다.
체제개편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자리는 2인자인 대표최고위원. 이 문제는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김 후보가 김종필최고위원에게 당대표직을 주겠다고 밀약한데서 비롯됐다.
아무리 YS­JP밀약이 있었더라도 현실적으로 무시해도 좋을만한 최소계파인 공화계의 보스에 지나지 않은데다 지난 총선에서 텃밭인 충청도에서까지 득표력이 상실된 JP를 당의 얼굴로 내세워 어떻게 대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것이 민정·민주계의 일반적 분위기다.
여기에 이종찬의원이 『당대표는 광범한 지지를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박태준최고위원을 당대표로 선출키로 김 후보가 약속했다』고 언급함으로써 풍파가 일고 있다.
이 의원의 속셈에 관해선 ▲경선에서 지지해준 박 최고위원에 대한 성의표시 ▲김 후보와 김 최고위원간의 불화조장 ▲김 대표의 의중전파 등으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어쨌든 이 의원의 잔류뒤 김·박 두 최고위원사이엔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 최고측근들은 『골격이 짜여진지는 이미 오래』라고 「대표밀약설」을 내세우면서도 사태가 심각해질까봐 내심 긴장하고 있다,
민정계 의원들 사이엔 『후보에 당대표까지 소수계파에 뺏길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박 최고위원측이 은근히 이같은 분위기를 활용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경선후 지난 3일 의원세미나에서 『김영삼후보를 중심으로 정권재창출을 하자』는 건배를 제의한 이래 박 최고위원의 태도는 크게 달라져 보름간의 외유동안 기회있을때마다 김 대표 지원필요성을 역설했고 귀국한 다음날(29일) 아침 상도동으로 전화를 걸어 귀국보고를 하기도 했다. 경선때의 양자관계를 돌이켜보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김영삼후보 측근들은 대체로 약속을 어길 경우 JP의 반발과 김 후보 이미지 손상 등을 감안할때 김 최고위원에 대한 대표승계 약속은 지켜질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민정계의 사기진작과 단합을 위해 김종필·박태준 공동대표제 내지 공동부총재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민정·민주계에서는 실세한 JP나 경선과정에서 민정계 다수의 지지를 잃은 박 최고위원은 2선으로 물러나고 민정계 중심의 새로운 대선팀을 짜 YS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견해가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최고위원을 7∼8명으로 늘리거나 호남·여성 최고위원 등을 보완하는 방안 등의 논의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최고위원에는 권익현·김윤환·이춘구·이한동 의원등 민정계 중진과 민주계의 최형우의원 등이 망라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무소속의 정호용의원이 합류하면 내부단합은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당지도체제와 대선대책본부 구성방안을 연구중인 곳은 김영구사무총장 등 사무처실무팀과 김윤환·김종호의원 등 김 후보 추대위그룹,김 후보의 직속부대인 민주계와 사조직 등 3개 그룹이다.
○…체제개편과 함께 당이 고심하는 현안은 선거대책기구 구성.
특히 선대본부장에 통상 관례대로 김영구사무총장을 기용하자니 장악력 등에 다소 미덥지 못하다는데서 고민이 크다.
김윤환·이춘구 전 총장으로의 교체도 검토됐으나 이 의원은 지난 총장경질때부터 본인이 완강히 고사하고 있고 김 의원은 추대위때의 후유증으로 여권내 견제새력이 많은게 부담으로 지적되고 있다.
별도의 선거기획단을 두어 김 총장의 선대본부와 2원구조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나 13대때 그같은 구조가 많은 부작용을 낳은 경험이 있어 채택은 어려울듯 하다.
홍보담당위원장엔 최병렬 전 노동부장관이 내정단계이나 본인은 『뒤에서 일하고 싶다』며 전면에 나서기를 극구 사양하고 있다.
김 후보로서도 이춘구·최병렬의원은 물론 후보정무보좌역의 김중위의원,강용식정책조정실장 등이 모두 87년 노 후보선거대책본부팀 일색이어서 새얼굴이 없다는 측면에서 용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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