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J에 쏟아진 반응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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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지가 6대 암.백내장.치핵 등의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의 명단을 공개하자 반응이 뜨겁습니다. 병원 정보에 목말라하던 환자들은 유용한 정보라며 더 많은 질병에 대한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는 바람을 전해 왔습니다. 평가 정보 공개를 통해 선의의 경쟁을 하고, 진료와 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병원도 많았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회사원 이모씨의 어머니는 심장판막 수술을 앞두고 있다. 이씨는 본지가 6대 암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 명단을 보도하자 e-메일을 통해 심장판막 수술을 잘하는 병원을 알 수 없는지 문의해 왔다. 이씨는 "급한 마음에 메일을 보낸다"며 "수술 건수 순위라도 알면 최종적으로 병원을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6대 암.백내장.치질.인공관절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 명단이 공개되자 취재진에 문의가 쏟아졌다. 유용한 정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청도 많았다. 그만큼 환자와 그 가족이 병원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 "더 많은 정보 공개해야"=암 투병 중인 딸(14)을 둔 김모(47)씨는 "암 판정을 받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며 "병원에 대한 객관적 정보도 없고 주변 얘기만 듣다 보니 민간요법에 매달렸다 딸의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암 수술을 잘하는 병원에 대한 정보가 많았다면 잘못된 선택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회사원 윤진형(38.서울 신림동)씨는 "수술 건수가 병원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 해도 유용한 정보가 됐다"며 "앞으로 심장병 등 더 많은 질병에 대한 정보가 공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기택 경희대 교수는 "병원에 대한 환자의 정보 갈증은 커지고 있는데 병원과 정부는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면 병원 간 경쟁으로 의료의 질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병원 서비스에 대한 갑론을박도 벌어졌다. 한 네티즌은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는 병원이라도 환자를 내 가족처럼 대하는 의사가 없다면 어디를 가든 다 필요 없다"고 꼬집었다. 'SuN'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한국과 미국에서 병원을 겪어 봤는데 미국 병원도 우리나라 병원의 의료 서비스에 못 따라간다"고 반박했다.

◆ 병원 경쟁 물꼬 텄다=암 수술 건수에서 상위권에 들지 못한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6대 암 수술 건수에서 10위권에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병원이 갈수록 대형화.집중화되고 있어 이제 '빅5'에 끼지 못하면 환자로부터 외면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에선 한 우물을 판 전문 병원의 약진이 돋보였다. 대장암과 치핵 수술 건수가 많았던 서울 송도병원 관계자는 "백화점식 경영을 하지 않고 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온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고 말했다. 조재국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병원이 살아남으려면 대형화하거나 한 분야에 특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술 건수 등 양적인 지표 위주의 평가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삼성서울병원 전호경 교수는 "수술을 많이 하는 것은 그만큼 수술을 잘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선호한다는 의미이긴 하다"며 "그러나 재원 일수나 진료비 등을 감안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술하는지까지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성익제 대한병원협회 사무총장은 "순위를 매겨 병원을 서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종관.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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