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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체육고 일부 교사 돈 받고 학생 편입학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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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찰이 서울 체육고 편입학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서울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10일 "서울체고 교사들이 학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학생들을 편입학시켜 줬다는 제보가 국가청렴위원회를 통해 경찰에 넘어왔다"고 밝혔다. 국가청렴위 측도 "지난해 12월 말 관련 비리를 제보 받았으며, 올 1월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학부모 10여 명이 일부 교사에게 500만~1000만원씩을 건넨 혐의를 확인했다. 현금 외에 운동기구를 학교에 기부하거나 교사들에게 식사 등 향응을 접대한 학부모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격을 포함해 3~4개 종목의 편입생 10여 명에 대한 전형 자료를 학교 측으로부터 넘겨 받아 분석 중이다.

경찰은 특히 전 청와대 비서관 K씨의 딸이 이 학교에 편입하는 과정에서도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K양은 지난해 9월 일반계인 서울 E여고(1학년)에 다니다 사격 특기로 서울체고에 편입했다. 체고에 편입하려면 전국대회 수상 경력을 인정 받아 특별입학하거나 실기시험을 치러서 합격하는 방법이 있다. K양은 수상 경력은 없지만 실기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합격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점수조작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경찰은 계좌추적에서 K양의 주변 사람들이 부정한 돈 거래에 개입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으나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조만간 담당 교사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체고 관계자는 "공기소총 부문 국가대표 선수의 점수가 400점 만점에 396점인데 K양은 실기시험에서 384점을 받아 입학하기에 충분한 실력이었다"며 "아버지가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사실은 편입한 뒤에야 알았다"고 밝혔다.

K 전 비서관도 "석 달 정도 연습하고도 그 정도의 점수를 받을 만큼 소질이 있어 편입을 권했다"며 "성적이 너무 좋게 나와 오히려 의혹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K양은 지난달 30일 사격연맹회장기 대회 클레이 사격 더블트랩(한 번에 두 개의 접시 표적을 띄워 총으로 맞추는 경기 방식)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천인성.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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