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쉼] "한우, 판타스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르네상스 서울호텔 총주방장 요크 혼트하임(사진(左))은 요즘 한우 사랑에 푹 빠져 있다. 한국에 들어온 지 1년 반이 넘도록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소식에 본격적인 연구를 한 것.

"질 좋은 한우는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죠. 그게 뭘까 한동안 고민했는데 '핸드메이드 미트'란 결론을 얻었어요. 공장 스타일로 키운 미국산 쇠고기나 호주산 와규와는 다른 맛이란 거죠."

구체적으로는, 미국산 쇠고기는 부드럽지만 씹는 맛이 덜하고, 호주산 와규는 육즙이 넉넉하나 기름진 느낌이 부담스럽다고 꼬집었다. 두 가지 모두 한정된 공간에서 정형화된 사료를 먹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반면 품질이 뛰어난 한우 고기는 부드러움과 씹는 맛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 게다가 살짝 풀냄새도 풍기는 등 방목한 쇠고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선 신선한 재료를 확보하는 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외국산 쇠고기가 한국 식탁에 오르려면 한 달 가량을 선박 등지에서 보내야 합니다. 그러나 한우는 갓 잡은 것을 손에 넣고 마음껏 조리할 수 있지요."

혼트하임은 갓 잡은 한우라 해도 바로 내지 않는다. 고기는 본래 갓 잡은 것보단 숙성 과정을 거쳐야 육질이 부드러워지는 법. 온도를 특별 관리하는 냉장시설에 넣어 15~20일 뒀다 쓴다고 한다. 이전에 고기를 내면 고기가 질기고, 이후에 내면 과숙성이 돼 고기의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란다.

"고급 한우는 품질이 들쭉날쭉해요. 원하는 일정 수준의 고기를 확보하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한우 칭찬에 열을 올리던 혼트하임이 갑자기 정색을 하고 한우 유통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품질 좋은 한우는 공급 채널이 불안정하고 중간 유통업자들이 챙기는 마진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만 해결된다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에 대해 한우 농가들이 하는 걱정도 덜어질 것이라는 게 혼트하임의 이야기다.

혼트하임은 어릴 적부터 고기 요리에 친숙한 독일 농가 출신의 주방장. 소시지 등 축산 음식을 가공해 판매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고기 요리와 인연을 맺었다.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하고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을 시작으로 세계 각지를 돌았다. 2005년 8월 한국에 오기 직전엔 중국에서 동양의 식문화를 집중적으로 습득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우 고기라 하면 숯불에 올려 구워 먹거나 가마솥에 푹 끓인 곰탕을 떠올리는 게 기본. 그러나 혼트하임은 세계 어느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한우를 한국식 요리법만 고집하는 한국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 내놓아도 손색없는 한우 요리를 개발해 한우의 변신을 제안했다. 한편 혼트하임의 손에 의해 화려하게 재탄생한 한우 요리는 르네상스 맨해탄그릴 레스토랑(02-2222-8637)에서 이달 말까지 맛볼 수 있다.

글=유지상 기자 <yjsang@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혼트하임이 개발한 한우 요리

(1) 검정 올리브와 생강 드레싱의 한우 카르파초

질 좋고 신선한 고기는 많이 익히지 않고 먹어야 제 맛. 붉은 살코기에 고루 퍼져 있는 하얀 지방분을 통해 육즙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만드는 이탈리아식 육회인 카르파초 요리를 접목시켰다. 한국인의 입맛을 감안해 참깨.생강 소스를 도입했고, 검정 올리브와 자연산 버섯과 함께 담아낸다.

(2) 유기농 채소와 한우 안심 육회

한우 부위 중에서도 최고로 꼽는 안심으로 프랑스 요리 스타일의 또 다른 육회를 만들어 냈다. 고기를 작게 깍뚝 썰어 칠리 페이스트와 마요네즈 등으로 만든 소스로 버무렸다. 영양 밸런스를 감안해 라임드레싱으로 버무린 유기농 채소 샐러드를 곁들여 낸다.

(3) 두릅 크림수프와 상어 지느러미 한우 꼬리 콘소메

한국인이 즐겨 먹는 국 요리를 발전시킨 것. 한우 꼬리로 뽀얀 꼬리곰탕이 아닌 맑은 '꼬리 콘소메'로 만들었다. 한국에서 처음 만난 두릅과 중국의 최고 요리재료인 상어 지느러미가 들어간 수프를 따로 담아 낸다.

(4) 갈비 소스의 한우 등심 구이 등 모둠구이

양념갈비의 소스를 외국인 입맛에 맞게 살짝 변형해 그릴에 구운 등심에 끼얹어 낸다. 바닷가재.전복.새우도 먹음직스럽게 구워 함께 내는 모둠구이 요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