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사의여행스케치] 모로코 - 오아시스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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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마라케시는 북아프리카에서 사하라 사막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유서 깊은 오아시스 도시다. 그곳 중심에 위치한 제마 엘프나(Djemaa el-fna) 광장(사진)은 그 공간에서 펼쳐지는 삶의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받아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광장은 아침부터 밤까지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과, 사람들을 모아 두고 구전설화를 맛깔나게 풀어내는 재담꾼과, 말린 도마뱀을 비롯한 여러 약재를 늘어놓고 장황하게 설명하는 약장수들과, 오렌지를 쌓아두고 즉석에서 주스를 만들어 내는 노점상들과, 그 옆에서 수십 가지 건과류를 내놓고 파는 노점상과, 또 그 옆에서 아름다운 음악들이 담긴 CD를 파는 노점상과, 전통 문양의 헤나를 그려주는 베일 쓴 여인들과, 나팔피리를 불며 코브라 춤을 보여주는 악사들과, 한 무리의 뱀을 들고 다니며 막무가내로 관광객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뱀꾼들과, 원숭이를 끌고 다니며 역시 관광객의 돈 뜯을 궁리를 하는 조련사들과, 갖가지 점을 봐주는 마법사들과, 그 옆의 점성술사들과, 이상한 돌을 내놓고 예찬하는 연금술사들과, 상품을 걸고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게임을 거는 협잡꾼들과, 노새가 끌고 다니는 작은 수레들과, 그 몰이꾼들과, 택시의 역할을 하는 두 말이 끄는 마차들과, 그 마부들과, 과자가 든 쟁반을 들고 다니는 모녀 혹은 모자들과, 담배를 팔며 동전을 짤랑거리는 장사치들과, 갖은 이빨을 늘어놓고 어금니를 뽑아주는 틀니장수들과, 즉석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동전을 갈구하는 아이들과, 길바닥에 이것저것 늘어놓고 파는 베두인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차를 마시는 아저씨들과, 그 차를 배달하는 젊은이들과,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품삯을 받는 짐꾼들과,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을 파는 어린이들과,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들과, 마약을 밀매하는 암거래상들과, 구두닦이 노인들과,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오토바이와, 그것보다 조금 느리게 달리는 자전거들과, 멋진 제복을 입은 경찰관과, 소매치기들과, 오후가 되면 연기를 품어 대며 등장하는 노점 식당들과, 생강차 노점들과, 사람들을 끌어 모으며 거리 연극을 하는 광대들과, 이도저도 하지 않으며 그저 구걸하는 거지들과, 이 모든 것을 구경하러 몰려나온 마라케시 사람들과(밤이 되면 많아진다), 덩달아 몰려 나온 관광객들로(낮부터 많다) 가득 차 있었다.

오영욱 일러스트레이터·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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