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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이 더 큰」가죽 옷 세탁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지난겨울 따뜻하게 입은 토스카나 반코트 세탁을 미루고 미루다 얼마 전 뜻하지 않은 돈이 생기는 바람에 큰맘 먹고 인근 세탁소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엄청난 세탁비용이란….
가죽옷이라 비쌀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2만원 정도려니 했으나 4만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큰딸 한달 유치원비용과 맞먹는 액수였지만 좀 먹지 않게 다음 겨울까지 보관하자니 울며 겨자 먹기지만 별 수 없었다.
건조세탁(드라이클리닝)비용은 요즘 나뿐 아니라 우리 아파트단지 주부들에게 큰짐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아파트촌의 경우 남편 양복정장 한 벌 드라이클리닝 하는데 3천5백원 하던 것이 올 들어 4천5백원으로 올랐고 오리털 파카는 5천원에서 2천원이나 세탁료가 뛰었다.
우리 집만 해도 올 봄 이후 겨울옷 보관을 위해 세탁에 든 돈만 10만원 가까이 된다. 얼마전 시장에서 만난 옆집 아줌마는 요즘 일제드라이클리닝 액이 집집마다 인기라며 나에게 권하기까지 했다.
문밖 복도에서 『세탁이요, 세탁』하는 외침을 들으면 괜시리 짜증이 나는 요즘이다.
이처럼 「세탁 비 노이로제」에 걸리다보니 요즘 옷을 고를 때는 가격조건·모양만큼 세탁하기에 얼마나 좋은가를 살피는 것이 버릇처럼 돼버렸다.
남편에게 『옷을 살 때 1백% 모직보다 물빨래 가능한 혼방을 사라』는 말이 올 들어 추가된 「잔소리」의 하나다.
요즘 어디를 가나 할인 투성이여서 옷값은 많이 싸졌지만 1년에 봄·가을 두 번 돌아오는 묵은 옷 세탁 철을 치르고 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어서 『아등바등 알뜰 쇼핑해 봐야 무엇하나』하는 허탈감에 빠지곤 한다.
물건값보다 사람값이 점점 더 비싸진다지만 하루가 다르게 뜀박질하는 가사 서비스요금은 정말 요즘 도시주부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 같다. <서울 둔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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