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써먹을 사람 뽑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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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공기업과 대기업 및 금융회사 등 주요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신규 채용보다는 경력자 채용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학교를 갓 졸업하고 첫 직장을 찾으려는 청년층의 취업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노동부가 30대 대기업과 공기업.금융회사 등의 취업자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에 신규 채용된 인력은 1997년 21만8천명에서 지난해 16만6천명으로 23.9% 줄었다. 반면 경력자 채용 규모는 97년 14만9천명에서 지난해에는 74만6천명으로 무려 다섯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기간 중 전체 채용자에서 차지하는 경력자의 비중도 40.7%에서 81.8%로 커졌다.

김동배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내부에서 사람을 키우기보다는 외부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전문가를 영입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金위원은 이어 "한국 기업들이 과거 연공서열에 따른 순혈주의보다는 능력 위주의 전문가 체제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채용 관행이 앞으로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경력자를 선호할수록 청년실업이 악화된다는 점이다. 여성철 노동부 고용정책과 사무관은 "청년들이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졸업 후 또는 재학 중 경력을 쌓거나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실업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력자를 선호하는 추세가 대세를 이루게 되면 앞으로 경기회복이나 경제성장이 이뤄지더라도 청년층의 고용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전문대와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올해 50만4천여명으로 97년 36만8천여명에 비해 37% 증가한 점을 감안할 경우 고학력 청년들의 취업난은 훨씬 심각할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지난해 말 현재 주요 기업에 취업해 일하고 있는 근로자(일자리)는 1백24만7천명으로 97년 말(1백57만3천명)에 비해 20.7% 감소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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