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9일…현지준비상황과 문제점(92올림피아드 바르셀로나: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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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림픽관광 문제많다/치솟는 물가… 숙박료 3배 “껑충”/별셋 호텔 28만원·콜라 1병 천2백원/치기배도 극성… 한국·일인들 피해 속출
바르셀로나를 찾는 올림픽관광객을 반기는 「첫 손님」(?)은 반갑지 않게도 치기배다.
점잖은 양복차림의 중년신사들이 스페인어로 말을 건네오면 의사소통이 안되는 외국인으로서는 당황하게 마련이고 알아듣지 못한다는 뜻을 알리기 위해 순간적으로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손을 내젓게 된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이 신사는 돌아서지만 잠깐 내려놓은 가방은 온데간데 없다. 중년신사가 말을 걸어 외국관광객의 주의를 흐트러 놓고 주변에서 서성거리던 일행이 가방이나 소지품을 순식간에 채가는 전형적인 들치기 수법이다.
이같은 치기배는 소지품이 쉽게 눈에 띄는 공항 체크인카운터를 비롯해 사람들이 북적대는 관광지,택시승차장 등에서 극성을 부리며 현금을 많이 소지하고 다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일본인과 한국인을 주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경찰의 얘기다.
실제로 6월 중순 올림픽관련업무로 바르셀로나를 방문했던 한국인 K씨(48·회사원)는 공항에서 이같은 수법에 말려 현금 6천달러(약 4백80만원)와 카메라를 잃어버렸고,독일에 사는 한국인교포 김모씨는 가족들과 함께 자신의 차를 몰고 휴가를 나왔다가 뒤따라오던 차에서 『트렁크에 불이 났다』는 얘기를 듣고 가족 모두가 놀라 뛰어나온 사이 차에 두었던 현금가방을 고스란히 도난당하는 등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치기배로 인한 한국인 피해신고가 하루 평균 2∼3건에 이르고,이중에는 현금은 물론 여권까지 분실해 출국도 못하고 발을 구르는 예도 있다』고 바르셀로나주재 한국총영사관측은 밝히고 있다.
「치기배 극성」「바가지요금」「턱없이 비싼 물가」「호텔부족」「짜증스런 교통혼잡」­.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찾는 한국인들이 겪어야 할 5대 골칫거리다. 특히 물가·바가지요금은 다른 나라에서는 유사한 예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별 3개짜리 호텔의 하룻밤 숙박료가 평상시 1백20달러(약 9만6천원)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3백50달러(28만원)∼4백달러(32만원)로 치솟았고,그것도 대회기간인 17일간 숙박료를 모두 지불해야 호텔예약이 가능하다. 별 5개 1급호텔은 하루 6백50달러에서 7백50달러(60만원)선.
이마저도 대회개막 2개월전 시내호텔은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며,현지 여행사를 통할 경우 상당한 액수의 웃돈을 집어주면 방 한두개 정도는 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주관광 등 국내여행사들의 주선으로 올림픽을 참관하는 한국인 관광객 4백여명은 시내에 호텔을 구하지 못해 82㎞나 떨어진 토사데마르라는 근교 소도시에 가까스로 별 3개짜리 호텔을 잡았지만 하루 숙박료로 3백달러(24만원)를 지불키로 계약했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호텔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2백원에 판매되는 콜라 1병이 1백50페세타(1천2백원),말보로담배 1갑이 2백페세타(1천6백원),신문 1부에 90페세타(7백20원·일요일은 두배)를 받고있다. 식사비도 마찬가지로 햄버거 1개가 8백페세타(6천4백원)고 중간수준의 식당에서 스테이크 한쪽,음료수 1병,코피 한잔을 주문할 경우 2천5백페세타(2만원)∼3천페세타(2만4천원)를 내야한다. 그러나 대회가 시작되기 직전부터는 지금보다 40∼50% 정도 물가가 더 뛸 것이라고 바르셀로나에서 발행되는 유력지 방가르디아지는 보도하고 있다.
공공요금은 그나마 덜한 편인데도 버스나 지하철은 기본요금이 90페세타(7백20원,휴일은 1백페세타)이고 택시는 기본요금이 2백50페세타(2천원,짐이 없는 경우)지만 야간과 토·일요일은 할증요금을 적용하며 시내교통체증이 극심해 웬만한 거리를 가도 2천페세타(1만6천원) 정도는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별 3개짜리 호텔에서 보름간 바르셀로나에 머무른다고 할때 항공료는 차치하더라도 먹고 자는 경비만 1인당 최소한 8천∼9천달러가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이번 올림픽과 관련해 바르셀로나를 찾는 한국인은 선수단 3백44명을 비롯,경기단체임원·참관단·회의대표 1백50명,보도진 2백69명 등 7백63명과 국내여행사를 통한 순수한 관광객 5백명 등 모두 1천2백여명선. 선수단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이 8천달러만 사용한다고 할때 개인경비만도 어림잡아 8백만달러(64억원)에 이르고 여기에 3개 방송사들의 위성사용료,보도진들의 통신료,경기단체 임원들의 활동비를 포함한다면 최소한 1천5백만달러(1백20억원)의 막대한 외화가 바르셀로나로 빠져나갈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바르셀로나=문일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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