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개각이길 바란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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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임기종료를 8개월 앞두고 또 한번 개각이 이뤄졌다. 내년 새정부에 혹 재기용될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8개월짜리 장관·시장이 등장한 셈이다. 6공들어 하도 개각이 잦다보니 장관이름도 기억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원래 인사개편,특히 개각과 같은 고위직의 개편에는 임면권자의 국정의지가 드러나야 하는 법인데 6공에서는 그런 의지를 읽기 어려운 인사개편이 잦았던 것 같다.
이번 개각도 나름대로 대선대비·행정력강화 등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들리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왜 바꾸는지 까닭을 알 길이 없다. 정책전환이 있는 것인지,잘못에 대한 문책인지,분위기쇄신용인지 도무지 판단이 안서는 것이다. 더구나 개각이라고는 하지만 모두 그 얼둘이 그 얼굴이어서 국민이 무슨 기대를 가지려 해도 갖기가 어렵다.
이번 개각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특징이라면 대통령측근들의 중용이라는 점인데 그러다 보니 막판 측근봐주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인책퇴임이 분명했던 인사의 재기용이나 예편한지 보름정도밖에 안되는 군후배의 장관기용 등을 보면 확실히 이번 개각의 뒷맛은 씁쓸하다.
이제 8개월밖에 남지않은 현정부에 대해 새삼 인사의 원칙이나 철학을 강조할 필요는 느끼지 않는다. 그렇지만 남은 8개월의 마무리가 임기 5년의 평가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란 점에서 몇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우선 대선을 앞둔 임기말의 특수한 상황에 대처하자면 「모양」에 신경쓰기 어려운 제한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고충은 이해가 되지만 봐주기식 인사가 계열적으로 나타나서는 안되겠다는 점이다. 남은 8개월중에도 대소의 인사요인이 잇따라 발생할텐데 그때마다 측근 차관·후배국장·지연과장식의 막판 봐주기 인사가 돼서는 임기말 행정의 꼴이 엉망이 되기 쉽다.
또 한가지 주문할 사항은 임기말의 정부가 지나치게 대선바람을 타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정권내부에도 대선팀을 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이번 개각이 행정부의 선거체제출범이란 식으로 공직사회에서 인식된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선거를 앞둔 이 민감한 시기에 내각과 공직자들이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국정에 임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동되는 공무원마다 이 시기에 나를 이자리에 보내는 것은 여당표를 많이 모으라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인식하는 분위기가 행여 행정부에 조성돼서는 안되겠다.
끝으로 우리는 이번 개각이 노 대통령의 마지막 개각이길 희망한다. 돌발 인사요인이 생기면 다시 인사를 안할 수 없겠지만 6개월짜리 장관,5개월짜리 차관들이 자꾸 나와서야 되겠는가.
개각이후 정부모습과 분위기가 어떨지 우리는 주시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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