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단편 릴레이 편지] 따듯한 손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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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6.10 민주화운동 때 명동성당 농성장에 일 주일 동안 참가한 적이 있었지요. 저는 그때 스물여섯 살 먹은 늦깎이 대학생이었습니다. "동지 여러분, 농성 이틀째를 맞았습니다." 꼭 동지란 말을 앞세우며 경상도 사투리를 쓰던 지도부 여학생의 목소리가 지금도 들릴 듯합니다.

상계동 철거 주민들이 임시로 기거하던 천막에서 만들어 준 김밥을 하나씩 들고 김지하의 '밥가' 즉, "하늘을 혼자 가질 수 없듯이 밥은 나눠 먹는 것…"을 같이 부르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눈에 선합니다. 계명여고 학생들이 선생님이 보면 혼날지도 모른다며 거둬온 도시락을 담장으로 넘겨줄 때는 뜨거운 마음이 울컥 복받쳐 오르기도 했었지요.

일주일째 되는 날 몸이 아파 의료봉사단에 약을 타러 갔었습니다. 그런데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해 수녀님의 차를 얻어 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수녀님 손에서 내 손으로 전해지던 따듯한 온기에 마음이 왜 그렇게 평온해지던지요. 그 손길이 마냥 그리워지는 겨울입니다.

함민복<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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