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드러낸 비운의 김평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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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일 폴란드 주재 북한대사(右)가 2월 10일 가족.대사관 직원과 함께 폴란드 나레프시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현지 대학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딸 은송과 아들 인강(左)의 얼굴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나레프시 홈페이지]

김정일(65)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54)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의 최근 모습이 공개됐다.

폴란드 나레프시(市) 홈페이지(www.narew.gmina.pl)에 올라있는 그의 사진은 지난 2월 현지에서 사진 전시회와 체육행사에 참석하고 한 무역회사와 공장.민속박물관 등을 돌아보는 장면이다. 북한전문 인터넷매체인 데일리NK가 9일 이 사진과 함께 근황을 보도해 국내에 알려지게 됐다.

방한복에 모자를 쓴 김평일은 굳은 표정이었다. 그는 행사에 아들 인강, 딸 은송을 동반했다. 서구형의 세련된 외모를 갖춘 은송은 대사관 직원들이 노래는 하는 동안 일제 카시오 전자오르간을 연주했다. 또 아들 인강은 북한팀이 우승한 탁구경기에 선수로 참가했다. 김평일은 해외 공관장 직무를 수행하면서도 외부노출을 꺼려왔기 때문에 언론에 그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그의 자녀들의 모습은 처음 파악됐다.

김평일은 김일성이 1953년 결혼한 후처 김성애(83)와 낳은 2남1녀 중 장남이다. 김정일은 80년10월 6차 노동당 대회에서 후계자로 공식 지명된 후 실권을 장악해가면서 계모와 이복동생들을 '곁가지'라며 억눌렀다. 대신 친동생인 김경희(전 노동당 경공업부장)와 그의 남편 장성택(당 제1부부장)이 권력실세로 부상했다.

결국 김평일은 88년 헝가리 대사를 시작으로 불가리아.핀란드 대사를 거쳐 98년부터 폴란드 대사를 맡았다. 김평일의 누이 경진(55)은 김광섭 대사의 부인으로 14년째 오스트리아에 머물고 있고, 독일대사관에 근무하던 막내 영일은 2000년 현지에서 병으로 숨졌다. 94년 6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시 김일성의 '퍼스트레이디'자격으로 나왔던 김성애는 한 달 뒤 김일성이 숨지자 장례행사 등에 얼굴을 비췄으나 이후 움직임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오랜 해외체류에도 불구하고 김평일은 김일성을 쏙 빼닮은 외모와 언행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군대경험이 없는 김정일과 달리 요직인 인민무력부 작전 부국장을 지낸 대좌(우리의 대령)출신이라 한때 일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김정일 유고시 군부의 지지를 받는 후계자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평일은 평양 공관장 회의 등을 제외하곤 거의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정일의 확고한 권력기반으로 미뤄볼 때 북한 후계구도의 변수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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