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기부 '얼굴 없는 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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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남림씨의 도움을 받은 사람이 이씨에게 보내온 감사 편지. 이씨는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경인일보 제공]

60대 자영업자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성금으로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0억원씩 모두 60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안경도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남림(61.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씨는 지난해 1월 불치병을 앓는 아이들을 돕는 방송 프로그램인 KBS의 '사랑의 리퀘스트'에 30억원을 기부했다. 또 "앞으로 어느 정도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난한 사람, 돈이 없어 병을 고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며 올해 2월에도 같은 프로그램에 30억원을 기부했다.

이씨는 특히 올해 30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비밀을 지켜줄 것을 방송국에 신신당부했다. 지난해 기부 직후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2002.2003년 태풍 루사와 매미로 피해를 입은 수재민을 위해 써달라며 1억원씩 2억원의 성금을 내기도 했다.

전남 함평에서 태어난 이씨는 부모를 따라 서울로 이사온 후 20대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야학에서 공부하며 남대문 시장에서 볼펜.만년필 장사를 시작했다. 안경도매점을 열어 번 돈으로 1984년 사 둔 용인 상현동 땅이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면서 거액에 팔리자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다"라며 방송국에 기부했다. 이씨의 2남1녀 자녀도 이씨의 기부에 적극 호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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