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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양키본드」 발행/국내기업으론 처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3억불 10년상환 연리 8.11%/포철·한국통신·삼성전자도 추진
한국전력이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채권시장인 양키본드 시장에 진출,26일자(한국시간)로 상환기간 10년인 3억달러의 자금을 연 8.11%로 기채한다.
양키본드란 미국 채권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까다로운 현지 심사를 거쳐 발행하는 채권으로 장기저리에 양질의 자금을 조달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따라서 최근 장기시설자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의 사정상 한전의 이번 양키본드 발행은 거액의 발전설비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한전 자체에도 큰 도움이 될뿐 아니라 국내금융의 심각한 병목현상을 풀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데 큰 뜻이 있다.
지금까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양키본드 시장에 진출한 적은 있어도 국내기업이 양키본드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외에도 현재 포철·한국통신·삼성전자 등이 양키본드 발행을 추진중이다.<표 참조>
한전의 이번 채권발행은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푸어사(S&P),무디스사(Moody’s)로부터 각각 A+,A1등급의 신용평가(전체 25개 등급중 상위 다섯번째)를 받아냄으로써 가능해졌는데,이같은 신용평가는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평가등급과 같은 수준으로 어느 나라의 기업이든 그 나라의 신용평가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는 없으므로 결국 한전은 이번에 국내기업이 받을 수 있는 최고등급의 신용평가를 받은 셈이다.
한편 한전은 이같은 신용평가를 바탕으로 22∼27일 미국 뉴욕·시카고·보스턴 등지에서 투자설명회를 갖고 오는 29일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25일 현지에서 알려온 바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몰려 발행일도 26일로 앞당겨졌고 금리 조건도 당초의 연 8.4%에서 8.11%로 내려갔다.
이번 한전의 양키본드 발행을 처음부터 주도했던 재무부의 강만수국제금융국장은 『국내기업이 양키본드시장에 이처럼 좋은 조건으로 진출하는데 성공한 것은 개벌 기업차원을 넘어 국가경제 전체로 큰 뜻이 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국내 기업의 양키본드 발행이 늘어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의 어려움을 풀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채권발행의 주간사 업무는 리만브라더스사가 맡고 있다.
◎기업 자금조달 다소 숨통 트일 듯(해설)
한전이 이번에 국제금융시장중에서 가장 까다롭고,대신 일단 뚫기만 하면 가장 조건이 좋은 미국 채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륙」한 것은 한국경제의 발전과정상 또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 해도 지나친 비유가 아니다. 더구나 초보적인 금리 자유화조차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고 인플레와 고금리 사이에 끼여 심각한 병목현상을 빚고있는 국내 금융시장의 현실을 볼때 이번 한전의 양키본드 발행은 앞으로 제한된 국내금융자원을 중소기업 등 다른 부문으로 돌리는 여유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 큰 의의가 있다.
한전이 이번에 채권을 발행한 금리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은행들이 발행했던 금리보다 더 싼 것이다. 이는 최근 미국의 금리가 하향추세에 있고 또 주식시장이 안좋아 채권시장으로 투자자금이 몰린다는 이유도 있지만,포철·한국통신·삼성전자 등 한전에 뒤이어 양키본드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의 다른 기업들에도 반가운 신호가 아닐 수 없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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