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야뇨증|광현 <순천향대 의대 외래교수·신경정신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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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젊은 어머니가 국민학교 1학년생인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왔다. 반년 전에 남동생을 보았는데 2∼3개월 전부터 이 아이에게 야뇨증이 생겼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가끔 야뇨증이 있었으나 요즈음은 매일 이 증세를 보인다고 했다.
평소 다니던 의원에서 진찰을 받고 소변검사도 했으나 이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의원 측은 좀더 기다려보라고 했으나 계속 소변을 싸니 짜증 난다고 호소했다.
어린이는 온순한 성격이었고 풀이 죽어 기운이 없어 보였다. 어머니는 하루종일 동생만 돌보고 자기와는 놀아주지 않으며 밤에 오줌싸는 것이 싫은데 야단만 치니 더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이 어린이에게 여러 가지를 물으며 좋은 점을 칭찬, 격려하고 일시적 현상이라고 타이르는 가운데 투약을 시작했다. 곧 증세가 나았으나 다시 나빠지는 현상이 반복되다가 6개월간의 가료로 치유됐다.
야뇨증은 정상적인 시기인 만3세가 지나도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특히 야간) 상태를 말하며 1차 적인 것(1년 이상 야뇨증이 계속된 경우)과 2차 적인 것(1년 이상 계속되지 않은 경우)으로 구분된다. 1차 적인 것은 기질적·생리적 원인과 관련이 많고 방광근육의 발육부전, 요도질환 등과 심리적 갈등상태가 겹친 경우다. 2차 적인 것은 단순히 심인성에 의한 증세다.
이 어린이와 같이 동생이 생기기 전까지 독차지하던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다시 끌려는 퇴행적 경우 또는 부모에 대한 저항·반발 등이 섞인 반항적인 야뇨증 등이 있다. 두 경우가 복합되는 것이 통례다.
또 흔치 꿈이 없는 수면에서 야뇨증이 온다.
심인성으로 온 야뇨증의 치료에는 어린이에 대한 지지적 정신요법, 놀이요법이 필요하며 약물로는 이미프라민이 야간에만 투여된다.
저녁식사를 한 후에는 물 마시는 것을 줄이고 잠들기 전에 꼭 소변을 보게 한다. 발생빈도는 남아가 여아보다 두 배 가량 더 많고 일반적으로 예후는 양호하다, 보육원이나 아동을 집단 수용하는 시설에서 이 증세를 흔히 볼 수 있다. 드물게 심리적 갈등이 심한 경우(특히 공격심이 잘 해결 안될 경우)에는 성인 때에도 계속 되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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