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선감독이 말하는 올림픽 유망주|공중돌기의 기와 미 “모방 불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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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D-31. 제25회 바르셀로나 여름 올림픽(7월 25일∼8월 9일)이 꼭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25개 정식종목 중 농구·야구를 제외한 23개 종목에 3백44명의 대규모선수단을 파견하는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2개로 서울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세계 4위 권을 과감히 넘보고 있다. 한국의 금메달 유망종목 및 선수를 대표팀감독들을 통해 들어본다. <편집자 주>
올림픽을 앞둔 태릉의 모든 감독들이 그렇겠지만 요즘 나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는 날이 많아졌다.
오랜만에 한국체조의 기린아로 각광받고 있는 유옥렬(경희대 2)이 과연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인지. 체조 계가 염원하는 남자단체전 동메달은 정말 가능한 것인지. 경쟁국 선수들은 어떤 신기술을 가지고 나올 것인지 모든 것이 궁금하고 하루하루가 가슴 태우는 나날이다.
최근 한 달간 76㎏이던 체중이 71㎏으로 5㎏이나 빠졌다. 양 입술은 터지고 또 터져 하루도 성할 날이 없고 한때는 끊기까지 했던 담배를 요즘은 두 갑씩 피운다. 집이 서울인데도(대치동)들른 지가 한 달이 넘어 국민학교 1, 4학년인 아들녀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훈련을 끝내고 고히 잠든 선수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바라보거나 체조장 근처를 거닐며 결전의 각오를 되새기면 마음이 진정되기도 한다.
올림픽 금메달-.
반세기의 한국체조역사에서 금메달 획득을 꿈이나 꿔 본 적이 있는가.
단체전 동메달. 이것은 개인전 금메달이상으로 더 힘들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모두가 우수한 기량으로 다 잘하되 한사람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물거품이 되는 게 단체전이 아닌가.
유옥렬의 뜀틀. 기량이나 관록·지명도 등으로 볼 때 올림픽 금메달 「0순위」라고 장담할 수 있다.
누구나 흉내낼 수 없는 고공스카이점프와 이어서 터져 나오는 스케일 큰 쿠에르보(몸 펴 공중돌기)는 내가 가르친 제자라 서가 아니라 정말 시원시원하고 찬탄을 자아내게 한다. 따라서 같은 난도라면 유옥렬은 금메달을 따 논 것이나 다름없다고 각국의 전문가들도 평가한다.
그렇다면 유옥렬의 금메달은 확실한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관건은 실수여부와 경쟁자의 신기술 채택여부가 최대변수다. 실수여부란 한마디로 안정된 착지와 직결되는 대목. 착지 중 넘어지거나 자세가 흔들리면 금메달은 일단 멀어진다고 봐야 한다. 톱 클래스의 선수들도 파이널에서는 긴장하기 일쑤여서 착지실수로 눈물을 흘리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또 한가지는 신기술 여부. 이번 올림픽에서 옥렬이와 금메달을 다툴 후보는 CIS의 신예 비탈리 세르보(19·92 파리 개인 세계선수권 링·안마 1위, 마루 2위)로 거의 압축된 상태. 올림픽 개인종합우승이 확실시되는 세르보는 지난 4월 파리대회 뜀틀 준결승에서 최신기술인 「뒤 공중 돌아 3백60도 틀어 손 짚기」를 쉽게 성공시켜 한국벤치의 간담을 서늘케 했으나 착지 실수로 중간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만약 세르보가 이 신기술을 올림픽에서도 그대로 성공시키고 쿠에르보의 턴 동작·착지만 제대로 한다면 유옥렬의 금메달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뜀틀의 종목별 결승은 서로 다른 두 번의 자유연기로 메달을 가린다. 따라서 1백80도와 5백40도 틀기 등 두 번의 연기를 안정적으로 구사하고 착지가 뛰어난 유옥렬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비해 세르보는 공중에서의 턴 동작·착지에서, 또 하나의 라이벌인 코로프스키(CIS)는 자유종목 제2연기에서 유옥렬에게 뒤진다.
남자단체는 일본과의 싸움인데 가능성은 반반으로 본다. <조성동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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