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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행정 관행에 “쐐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청주시의회 조례제정 승소의미/행정부 지나친 지자체 간섭 견제
대법원이 23일 지방의회의 행정정보 공개요구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일축하는 첫 판결을 내림으로써 정보독점에 젖어온 국가ㆍ지방자치단체의 안일한 밀실행정관행에 쐐기를 박았다. 이 판결은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지방의회ㆍ자치단체 대립을 사법부가 판단하면서 법률로 금지되지 않은 행정정보공개를 선언,지방의회 활동폭을 넓힘과 동시에 적극적 사법주의 측면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보충입법기능을 함께 수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주시는 청주시의회가 행정정보 공개를 규정한 조례를 제정하자 『행정정보 공개는 지역적 문제가 아닌 전국적 차원에서 통일된 법률규정아래 이루어져야 한다』며 『청주시의회가 국가 등이 대외비로 관리하고 있는 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것은 상위법의 위임을 받지 않은 채 이루어진 지방의회의 월권』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청주시의회는 조례안이 국가 사무가 아닌 지방자치 사무에 관한 것이며 ▲개인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거나 ▲집행기관이 공익 등을 이유로한 정보의 공개 등을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정보공개에 반발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일축해 왔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행정기관의 문서복사ㆍ열람 등에 대해 허가를 얻도록」한 대통령령(제13390호 사무관리 규정)도 『행정기관에 정보공개에 관한 재량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제한 사유가 없으면 정보공개요구는 허가돼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취함으로써 이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원은 또 내무장관의 사전승인없이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설치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방의회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다』라고 못박아 국가의 지방자치활동에 대한 지나친 간섭도 견제했다.
대법원의 이 판결은 지방자치법 (제157조)이 「부당한 지방의회의 사무에 관해 지방자치단체가 대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다」고만 규정했을 뿐 재판의 성격이나 절차에 관한 규정이 없는 탓에 혼란을 빚어온 특별소송(지방자치단체소송)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도 함께 갖는다.
대법원의 판결로 청주시의회의 행정정보공개조례안은 부칙규정에 따라 7월1일부터 시행된다.
이날 선고된 소송 이외에 대법원에는 목포시ㆍ광주서구가 목포시의회ㆍ광주서구의회를 상대로 통ㆍ반장 및 동정자문위원 등 임명에 대한 지방의회 조례의결에 반발해 낸 특별소송 2건이 계류중이다.<권영민기자>
◎행정정보 공개 조례안 내용
청주시의회가 의결한 「청주시행정정보공개조례안」은 전문 18조와 부칙 2조로 되어 있다.
조례안은 우선 시정에 관한 행정정보 공개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주민복지 증진과 민주적 시정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집행기관은 행정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정보공개청구권자는 ▲시내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자 ▲시내에 사업소나 사무소를 두고 있는 개인 또는 법인 ▲집행기관이 행하는 사업으로 청구하는 정보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 등으로 규정하고 다른 법령ㆍ조례에서 공개할 수 없도록 규정된 정보,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등을 제외한 모든 정보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공개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아울러 이 조례규정에 의해 얻은 정보는 그 목적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는 청구인의 책무를 명시하고 집행기관은 공개청구서를 접수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공개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청구인은 정보공개 거부결정을 통보받은지 30일이내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고 공개여부를 심의의결하기 위해 시장이 위촉한 9인 이내의 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두며 집행기관은 반기마다 정보공개 상황을 주민에게 공표하도록 했다.
또 집행기관은 즉시 처리할 수 있는 정보공개 목록을 작성해 소정의 장소에 비치하고 일반에게 열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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