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경제는 지금…] 2. 광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서남경제권의 중심도시 광주를 찾았다. 광주인의 눈으로 광주경제를 진단하기 위해서다. "이제는 '저항의 도시, 광주'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평화와 인권의 도시,광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지난 11일 광주 금수장호텔에서 열린 '광주경제토론회'에서 지역경제인들은 서비스산업의 도시 광주의 미래가 제조업의 확충에 있고 이를 위해선 역외기업의 유치가 필수적인데 "광주의 강성 이미지가 걸림돌"이라며 "'5.18의 한'을 광주인들이 스스로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의 가장 큰 고민은 뭔가.

▶한용근 이사:강성노조가 연상되는 이곳의 강성 이미지 때문이다. 과거 아시아자동차 시절에는 노사협조가 잘 됐다. 그러나 아시아자동차가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으로 바뀐 뒤 상급 노조단체 때문에 이곳 노조와 협조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홍진태 경제통상국장:그래도 이 지역은 분쟁 건수나 파업으로 인한 손실률 등이 전국평균 이하다. 지난번 민주노총이 전국 총파업을 선언해 기아자동차가 파업했을 때도 기아차 광주공장만은 파업을 부결했다.

-노사평화선언 등을 생각해 봤는가.

▶한장희 교수:광주는 지금 '저항의 도시'에서 '민주평화인권의 도시'로 이미지 개선을 꾀하고 있다.'5.18'은 이제 털고 넘어가야 한다.

-광주에는 주도기업도 협력업체도 별로 없다던데.

▶한 이사:내륙이라는 불리한 입지조건 때문이다. 그 결과 부가가치가 낮은 품목을 생산하게 되고 생산규모도 크지 않다. 그래서 협력업체 비중이 낮은 것이다.

▶홍 국장:광주지역의 소득은 전국 꼴찌 수준이다. 서비스 중심이고 이렇다할 제조업이랄 게 없어서 그렇다. 그러나 제조업이 있어야 금융과 서비스 산업도 발전된다. 제조업 비율을 현재 14%에서 25% 수준으로 높이려고 4백만평의 공장 부지도 마련했다.

-이미 있는 공단도 비어 있다는데 또 공단인가.

▶홍 국장:공장부지.정보인프라 등 광주시가 제대로 된 지원을 해 주면 기업유치에 성공할 수 있다.

지역 특화산업으로 광산업.부품소재.디자인 등 3대 전략산업을 선택했다. 광산업에서는 이미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부품소재는 지역발전전략 로드맵을 완성했다. 지역 디자인센터는 조만간에 착공한다.

-인력도, 돈도 빠져나간다는데.

▶한 교수:좋은 일자리도 많지 않고 지역 내 자금수요도 없는데 어떻게 자금과 인재의 유출을 막을 수 있겠는가. 돈과 자원의 사용처를 발굴하는 게 근본책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기업가정신이다. 이 지역에는 대기업을 경영해 본 사람이 별로 없다.

▶홍 국장:광주.대전.대구처럼 내륙형 대도시에는 대규모 설비의 장치산업보다는 첨단산업이 맞다. 대전은 이미 연구개발 도시로 자리잡았다. 대구와 광주는 서로 연계해 첨단산업 연구개발의 지역거점으로 발전해야 한다.

-전남도청 이전에 따른 광주 도심 공동화에 어떻게 대비하나.

▶한 교수:광주.전남 간의 갈등 때문에 손실이 너무 크다. 광주와 전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서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협업이 안 되면 통합하는 수밖에 없다.

▶홍 국장:서운하긴 해도 전남도청 이전은 막을 길이 없다. 도심 활성화를 위해 도심을 문화.예술 중심으로 조성할 것이다. 전남도와 엑스포.경륜장 유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선의의 경쟁으로 보아야겠지만, 특히 지방합동청사처럼 전남도가 무리한 주장을 하는 점도 없지 않다.

▶한 이사:얼마 전에 전남도에서 찾아와 광주공장을 전남으로 옮겨주면 뭐든지 다 해주겠다고 하더라. 두 자치단체가 너무 싸우고 있다. 협력해야 한다.

-광산업은 정말 기대할 만한가.

▶홍 국장:광산업정책은 수도권에서 광업체들이 대거 이전하는 등 지역전략중 성공사례다. 외부평가도 그렇다. 우리가 집중하는 광산업은 광통신과 광반도체 분야다. 이미 광주의 광산업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광주나 중앙에 당부의 말을 한다면.

▶한 이사:일본 도요타시에는 도요타자동차를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나 폴란드 등도 마찬가지다. 광산업이라는 산토끼에 정신이 팔려 있지만 기존 제조업체인 집토끼도 잡아야 한다. 업체가 체감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부탁한다.

▶한 교수:시민단체가 긍정적인 자세로 전환할 것을 요청한다. 5.18 관련단체는 이제 5.18 이야기를 그만했으면 좋겠다. 또 배가 고픈데 환경단체는 언제까지 환경을 내세울 것인가. 타지역에서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광주를 기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만드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좌담 참석자>

한용근 기아차 광주공장 이사
한장희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
홍진태 광주시 경제통상국장 (가나다 순)

사회: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부소장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사진설명>
토론참석자들은 광주가 이젠 저항의 이미지를 벗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 왼쪽부터 김정수 전문기자,한용근 이사,홍진태 국장,한장희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