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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뛰는 직장인-기금 운용자|대한투자신탁 오근준 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고객이 맡긴 돈을 온갖 지혜와 경험·센스를 동원해 알뜰하게 굴려 투자자는 물론 자신이 몸담은 회사에 수익을 안겨 주어야 하는 막중한 업무를 안고있는 그가 요리하는 자금(잔고)은 6월 중순 현재 무려 2천5백억 원에 이른다.
『불특정 소액투자자들의 재산을 보호하고 증식시켜주는데 큰 자부심과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하는 그지만 자신의 순간적 결정이 투자자나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중압감속에 잠시도 생각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초긴장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침체된 증시 속에서도 그의 투자전략에는 발군의 실력이 숨어 있어 경쟁사 펀드매니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80년 대한투자신탁을 첫 직장으로 선택해 영업팀·감사실·국제부를 두루 거쳐 지난 2년여 동안 펀드매니저로 뛰어온 오과장은 특히 증권시장의 개방과 함께 한국증권시장을 지키는 첨병의 역할도 해야한다는 사명감속에 더욱 혼신의 노력을 쏟고있다.
대한투자신탁에서 일하는 15명의 펀드매니저 중의 한사람인 그는 자신에게 할당된 자금 중 50%는 등락 폭이 커 위험성이 따르지만 잘 굴릴 경우 좋은 결과를 안겨주는 주식매입에 쓰고있다. 나머지 40%는 안전성이 높지만 수익이 상대적으로 적은 공·사채에 투자하며 10%정도는 주식 추가 매입 시나 중도 해약하는 고객의 환매자금으로 금방 쓸 수 있는 단기 자금인 콜에 할당하고 있다.
주식을 요리하는 1천억 원의 자금을 이용, 평소 자신이 면밀하게 관찰, 추적하는 2백여 상장 종목 중 50∼1백여 종목에 투자한다는 오과장은 회사가 내놓은 다양한 상품중 주로 적립형 주식투자신탁상품을 맡아 하고 있다.
지난 3월 결산을 했을 때 장세가 어려운 현 실정에서도 10%를 웃도는 수익률을 낚아채 「과연 오수석」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오수석」은 오과장이 87년 증권분석사회가 실시한 증권 분석사 시험에서 수석 합격한 것을 비롯해 사내 외에서 실시하는 각종 시험에서 자주수석을 차지해 붙여진 별명.
적립형 투자신탁의 경우 결산일을 기준 해 고객에게 약속한 수익률이 9%가 되지 않을 때 투자신탁회사에서 투자자에게 부족 분을 메워주어야 하므로 실적이 좋지 않은 펀드매니저는 피를 말리는 스트레스에 빠지게 마련이라는 것.
올해 들어 1∼5월 주식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6%가 빠졌으나 오과장이 이루어낸 주식부문 수익률은 11.3%. 이는 통상 일반인이 직접 주식투자를 할 경우 6%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와 마찬가지.
오씨를 포함한 펀드매니저들은 회사운영방침은 물론 주식 매매계획·종목·범주 등을 정하는 각종 사내 회의에 자주 참석해야 하며 펀드매니저들을 수시로 만나 정보교환은 물론 열 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주식은 움직이는 타깃」이라 말하는 그는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털끝만큼의 정보도 놓치지 않으려 기업취재는 물론 그 회사의 매출과 연결되는 광고에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곤 한다는 것.
주식시세에 매달리다보면 자주 객장에서 방황하는 꿈에 시달리기도 하고 한가지에 과도하게 몰두한 탓인지 나머지 일에서는 엉뚱한 건망증을 경험하기도 한다고 그는 털어놓는다.
우리 나라의 경우 외국과는 달리 성과급이 인정되지 않아 그는 보너스를 포함해 월 1백80여 만원의 급료를 받고 있는데 『먹고사는 돈 정도는 개인의 노력에 의해 더, 또는 덜 벌리기도 하지만 큰 부는 하늘이 부여하는 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돈 철학」을 갖고 있다. <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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