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느닷없는 변협성명/남정호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대한변협(회장 김홍수)은 22일 그동안 한바탕 논란을 빚은 끝에 철회된 법원의 구속영장 열람금지조치와 관련,「느닷없는」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고 변협으로서도 얼마든지 의견개진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당시엔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서야 나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그릇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변협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제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누가 보아도 올바른 처사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영장 열람금지」사태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한 의견이다.
당시 법원측은 『영장 등의 취재보도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나 현단계에서 대안마련 없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어긋난다』며 열람금지조치를 철회했었다.
그러나 변협측은 『법원이 공익상 필요에 의해 영장을 공개하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때까지 열람을 전면적으로 허용할 것이 아니라 열람금지조치를 원칙으로 삼고 공개기준이 마련된뒤 선별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합법적』이란 입장을 취했다.
이는 어찌보면 「공개기준」이 마련될 때까지는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놓아도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들린다.
피의자의 인권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조화시키기 위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선진 외국에서도 이 문제는 많은 논란이 있으며 결코 쉽게 선이 그어질 수 없는 사안임을 감안할때 우리 현실에서도 일방의 원칙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데에 많은 학자나 법조인들이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변협이 현실성이 약한 형식논리로 지나간 논쟁에 뒤늦게 뛰어드는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비근한 예로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소송관계 서류를 열람하려면 반드시 재판장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도 이를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법원직원들의 지적이다. 변협이 현실여건이나 법질서의 지향방향,시민들의 법감정과는 상관없이 법문대로의 「원칙」를 주장하려면 이런 작은데서부터 말과 행동의 일치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선 그동안 이번 변협성명의 배경이 그동안 변협소속 일부 변호사들의 비위 등 보도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 아니냐는 추측도 하고 있다. 다만 하나 권위있는 사회단체의 의사결정과 표시가 그같은 작은 집단이익의 표현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