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심장병 환자 섹스는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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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며칠 전 협심증으로 관상동맥을 뚫어주는 수술을 받은 김모씨(남.56세). 그는 2주 전부터 가슴 통증과 답답함을 느꼈지만 그때마다 가슴에 파스를 붙였다. 그러면 가슴이 시원해지며 뻥 뚫리는 것 같았다는 것. 이렇게 심장병과 관련돼 엉터리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세종병원 세종의학연구소 노영무 소장이 잘못된 상식과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안타깝게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람들을 위해 최근 본지에 문답형의 기고를 했다.

(1) 심장병 환자에게 섹스는 부담이 크므로 삼가야 한다? (×)

성교 중 절정기엔 평소보다 40~80㎜H(수축기)/20~40㎜Hg(이완기) 혈압이 올라간다. 이렇게 혈압이 갑자기 높아지면 위험하긴 하지만 배우자의 배려가 있고, 격렬하지 않으면 안전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배우자에게 심장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서적인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2)심장병 환자가 냉.온탕 왔다갔다하면 심장이 튼튼해진다? (×)

갑자기 냉탕에 들어가면 말초혈관 수축이 일어나고 반대로 온탕에선 말초혈관이 확장된다. 이런 자극이 반복되면 자율신경계가 혼란을 일으켜 심장에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 협심증을 악화시키거나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욕탕에 들어갈 때는 물의 온도를 적응해가며 천천히 들어가고, 너무 오래 있지 않아야 한다.

(3) 협심증으로 쓰러지면 최대한 빨리 손.발가락을 따서 피를 흘려야 한다?(×)

효과가 없다. 차라리 앞가슴 부위를 주먹으로 치는 편이 낫다.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가슴 중앙 하부를 규칙적으로 누르면서 인공호흡을 병행하는 심폐소생술을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계속한다. 심폐소생술은 쓰러진 후 4분 내에 시행하지 못하면 뇌 손상이 시작되므로 빨리 서둘러야 한다.

(4) 흉통 없이 체하거나 답답한 증상도 심근경색일 수 있다?(O)

전형적인 증상은 흉통이지만 일부에서 통증이 없거나 약한 경우가 있다. 가슴 중앙 또는 윗배가 답답하거나 무거운 느낌, 약간 숨이 찬 증상, 체한 것 같은 더부룩한 느낌, 호흡곤란 등이 '갑자기' 나타나면 의심한다. 특히 고령자.당뇨.고혈압.고지혈증.흡연.비만 등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위에 열거한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 30분 이상 지속되면 서둘러 확진을 받아야 한다.

(5) 협심증으로 인한 통증이 팔이나 어깨에도 나타날 수 있다?(O)

대부분 흉통만 있지만 왼쪽 어깨나 팔의 안 쪽으로 통증이 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흉통 없이 어깨나 팔에만 통증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6) 심장병 환자에게 담배 한 개비 정도는 괜찮다?(×)

담배를 피우면 혈관이 수축하고, 심장 박동수가 증가해 심장이 허혈에 빠진다. 혈소판이 뭉쳐 피가 굳어져 심장병이 더 악화한다. 하루에 한 개비만 피우더라도 이런 위험성은 계속된다.

(7) 심장병 환자는 청국장을 절대 섭취해선 안 된다?(×)

심장병 환자 중에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특별한 환자에 한해 유의하면 된다. 청국장 안에 들어 있는 비타민 K가 항응고제(와파린 또는 쿠마딘)의 기능을 방해해 약효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청국장 안에는 일반 채소류보다 5~10배 많은 비타민 K가 들어 있다.

정리=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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