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연자세 불구 핵의혹 여전/IAEA 이사회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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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 상호사찰·안전성 거론 성과/미·일 겨냥한 핵카드 미련 못버려
15∼19일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는 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의 북한 방문과 IAEA 사찰팀에 의한 최초의 북한 핵사찰 이후 처음 열린 이사회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이번 이사회에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거의 없다. 블릭스총장이 북한방문 직후 중국 북경에서 가졌던 기자회견과 지난 10일 이사국들에 대한 비공식 브리핑에서 밝힌 것 이상의 내용이 새로 나온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사회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다음 두가지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첫째,북한의 자세가 IAEA내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북한은 지난 85년 12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결후 6년동안이나 조약국으로서 당연한 의무인 핵안전협정체결을 미뤄오다 지난 1월말 핵안전협정 서명을 계기로 입장을 바꿔 매우 빠른 속도로 협정 이행절차를 밟아왔다.
협정 발효와 함께 북한은 블릭스총장을 초청,영변 핵단지내의 모든 시설을 보여줬고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5일까지 최초의 IAEA 사찰팀이 북한을 다녀왔다. 또 IAEA가 요청하면 최초 신고내용에 관계없이 모든 시설·장소를 개방하겠다는 적극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이같은 북한의 자세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둘째,북한의 이같은 자세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개발 의혹이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 이번 이사회에서 바로 이점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은 ▲영변에 건설중인 「방사화학실험실」이 실험실 규모치고는 지나치게 크다는 점 ▲북한 원자력기술 수준에 비춰 현 단계에서 재처리시설을 만드는 것은 「속옷도 입기전에 겉옷부터 챙기는 격」이라는 점 ▲북한이 소량 추출했다고 밝힌 플루토늄의 은닉가능성 등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은 이러한 의혹해소를 위해 철저한 남북한 상호 특별사찰이 필요하다고 역설,IAEA 차원만이 아닌 쌍무적 차원의 사찰필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높이는 기회로 이번 이사회를 활용했다.
그 결과 18일 회의에서 미국·일본·호주·러시아·프랑스·독일 등 13개국이 남북한 상호사찰의 완전한 실현을 지지한 것은 이번 이사회의 성과라고 우리측 대표단은 설명하고 있다.
북한 핵시설 안전성 문제가 처음으로 거론됐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사항이다. 한국은 정근모원자력협력대사를 파견,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북한 핵시설이 핵무기 개발 의혹 못지 않게 안전성에도 큰 문제가 있음을 환기시켰다.
이제 관심은 앞으로 계속될 IAEA사찰과 남북한 상호사찰 실현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또 북한이 현재와 같은 적극적이며 개방적 자세를 계속해서 보일 것이냐는 점도 큰 관심거리다.
IAEA 관계자들은 북한이 핵안전 협정체결을 계기로 핵정책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그동안 북한이 은밀하게 핵무기개발을 추진해온 것은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만 놓고 봐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최근들이 이를 포기하거나 중단키로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는 국제사회의 거센 압력도 압력이지만 북한의 독자적인 핵개발 노력이 기술·경제적으로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일 것으로 이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내놓을 경우 미국·일본과의 국교수립,선진원자력 기술 도입 등 실익을 얻는데 문제가 있으므로 재처리시설을 「마지막 카드」로 구사하고 있다는게 이들의 분석이다.<빈=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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