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쑥!] 집 근처 대학박물관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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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박물관 체험학습 프로그램인 ‘내가 만드는 박물관’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전통놀이인 승경도놀이(右)를 하며 조선시대 관직 체계에 대해 배우고 있다. 모의 과거시험 놀이(左)에 참가한 아이들이 과거 급제자의 관모를 쓰고 포즈를 취했다. [고려대 박물관 제공]

각급 학교의 올 첫 중간고사가 거의 마무리됐다. 학생들로서는 긴장감을 풀고 모처럼 여유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기다. 이럴 때 주말을 이용해 나들이 삼아 박물관을 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꼭 큰 마음을 먹고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곳을 찾지 않아도 된다. 집 근처에도 쉽게 찾아가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각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전국 80여 개 대학이 박물관을 설치ㆍ운영 중이다.  

◆가기 전에 할 일들=우리 집 근처에 어떤 박물관이 있을까. 가장 유용한 정보는 문화관광부에서 운영 중인 ‘박물관 포털’ 사이트(www.emuseum.co.kr)에서 얻을 수 있다. 이 사이트는 국내의 국ㆍ공립 박물관과 각 대학박물관, 다양한 사립박물관의 특징과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또 모든 박물관 홈페이지와 링크시켜 지역과 성격에 따라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 박물관의 전시물은 그 대학이 강점을 지닌 연구 분야와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홈페이지에서 주요 전시물과 박물관의 특징을 파악해 아이의 교과 진도와 관심사에 맞는 곳을 택하는 것이 좋다. 주말에는 열지 않는 곳도 있으므로 미리 체크해야 한다. 가고 싶은 박물관을 정했다면 사전에 박물관 관람 태도에 대해 꼭 사전 교육을 해야 한다.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든지, 사진을 찍을 땐 플래시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등의 에티켓을 숙지시켜야 한다. 고려대 박물관 김예진 학예사는 “유물은 훼손되면 후손들이 영영 볼 수 없게 되는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몇몇 대학 박물관은 어린이용 리플렛을 구비하고, 전문 학예사와 자원봉사 안내인을 두고 있어 사전에 설명을 요청하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관심 따라, 취향 따라=서울 안암동에 있는 고려대 박물관은 세종대왕 때의 천체 관측기구 ‘혼천의’ 등 조선시대 유물이 많다. 격주로 돌아오는 ‘놀토’에 초등학생 체험학습 프로그램 ‘내가 만드는 박물관’을 운영한다. 전문 학예사가 유물을 중심으로 조선시대의 관직 제도, 회화의 특징 등을 가르치고 관람이 끝나면 유물 그림 그리기, 전통놀이인 삼경도 놀이도 즐길 수 있다.

 고구려시대 희귀 와당(기와의 한쪽 끝에 둥글게 모양을 낸 부분)으로 유명한 경희대 박물관은 1년에 8회 열리는 ‘1일 문화유산 답사’를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선착순으로 접수하고 중학생 이상이면 혼자 참가할 수 있고, 초등학생은 부모가 동행해야 한다.
 미래의 과학자들에겐 한국항공대의 항공우주박물관과 이화여대ㆍ경희대 자연사박물관이 가볼 만하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이화여대는 ‘자연사 교실’을, 경희대는 ‘환경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경희대는 한국의 토종 동식물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전시 중이며, 이화여대는 다양한 기획 전시가 장점이다. 현재는 ‘개미제국을 찾아서’라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항공우주박물관은 우주공간 가상체험 장비 등을 갖춰 놓고 있어 아이들이 쉽게 흥미를 느낀다.

 미래의 의학도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서울 연건동에 있는 서울대 의학박물관과 치의학박물관을 들러 보는 것도 좋다. 치의학박물관은 방학을 활용해 ‘어린이 치의학 교실’을 열고, 의학박물관은 각 인체 기관의 기능과 특성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인체체험학습’을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서울 이화여대 박물관은 복식문화, 서울 연세대 박물관은 신석기 유물, 경기도 수원의 경기대 박물관은 농경관련 민속자료와 민화, 동국대 박물관은 불교문화에 관한 많은 유물로 유명하다. 전남 나주의 동신대 영상박물관은 1500여 점의 각종 카메라를 전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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