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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현장] 1. '서울속 경기도' 금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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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의 ‘금배지’ 싸움을 눈여겨 보는 이들이 많다.

17대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이 곳에서 자웅(雌雄)을 겨룰 이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둥지를 옮긴 현역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을 십수년간 보필한 전 의원, 검사출신의 정치신인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금천구의 선거전에서 펼쳐질 화두는 크게 두가지다. ‘서울 속 경기도’로 불릴만큼 낙후한 금천구를 도약시킬 일꾼, 개혁성을 갖춘 깨끗한 정치인이 유권자들의 지지와 선택을 받을 전망이다.

▶ 윗줄 좌로부터 강민구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 민주당 장성민 前의원, 열린우리당 이우재 의원, 이목희 열린우리당 금천지구당 상임위원. 아랫줄 좌로부터 최도철 금천발전위원회 위원장, 유지준 자민련지구당위원장, 김기영 전 서울시의회의장, 최규엽 민주노동당 지구당위원장.

# “서울 시민 대접 좀 받자”

지난 주 서울 금천구의 지하철 1호선 시흥역. 유권자들의 민심을 살펴보고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이 곳에 내렸다. 휑한 역사와 키낮은 건물들이 놓인 쓸쓸한 모습이 마치 교외 도시에 있는 듯했다. 거리로 발을 옮기면서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라는게 실감났다.

금천구(시흥동·독산동·가산동)는 지난 1995년 구로구에서 분리했다. 공단의 배후 기지로 성장한 탓에 주거·상업·업무 시설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유권자들도 금천구가 다른 구보다 여러 면에서 뒤진다는 데 자존심이 상해 있었다.

金모(37·회사원)씨는 “누구를 뽑을 지 아직 마음에 둔 사람은 없다”며 총선에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0년 넘게 끌어온 군부대 이전과 지하철 10호선 유치, 의료·교육 서비스 개선 등이 필요하다”며 “이런 현안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흥 2동에 사는 申모(33)씨는 “집이 산 꼭대기에 있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어렵다”며 교통난 해결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朴모(41)씨는 “아직 다세대 벌집이 많다”며 “기대했던 것과 달리 시흥 3동이 뉴타운 지구로 선정되지 않아 주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내가 금천을 발전시킬 적임자”

이같은 주민들의 정서와 불만을 출마하려는 이들도 잘 알고 있다. 발길을 옮겨 각 정당의 주요 예상 출마자들을 만나자 입에서 ‘발전’이나 ‘개발’이란 단어가 쉼없이 쏟아졌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선 이우재 현 의원이 도전장을 내민다. 이번에 당선하면 3선이다. 과거 민중당을 만들고 농업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李의원은 지난 7월 개혁을 명분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이에 앞서 李의원은 민주당의 장성민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잃은 뒤 지난해 8월 초 실시된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했다. 지구당 관계자는 “이목희 전 민주당 지구당위원장(현 열린우리당 금천지구당 상임위원)과 구철회 전 시의원 등도 공천 경쟁에 나설 것”이라며 “최종 후보는 1월 중순 설이 지나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선 90년대 중반에 종교집단인 ‘아가동산’ 사건의 담당 검사로 명성을 얻은 강민구 현 지구당위원장(변호사)이 도전장을 냈다. 姜위원장은 지난 10월 초 지구당위원장 경선에서 방송 출연 등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윤방부 연세대 의대 교수를 이기면서 공천 굳히기 작업에 들어갔다.

민주당에선 장성민 전 의원이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는 20대 중반에 정치에 입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로 일한 ‘동교동계 막내’다. 지난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을 했고, 최근 민주당 대표 경선에도 출마했었다. 민주당에선 또 김홍업씨의 변호를 맡았던 최영식 변호사와 김상천 최고위원의 보좌관 출신인 윤상철 생활정치위원회장 등도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지준 자민련지구당위원장이나 김기영 전 서울시의회의장, 최규엽 민주노동당 지구당위원장, 최도철 금천발전위원회 위원장 등도 선거전에 뛰어 들어 금천구민의 표심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 이렇게 표심 잡겠다

유권자 성향은 대체로 보수적인 편이라고 각 정당들은 분석하고 있다. 인구 26만명 중 유권자는 약 19만명. 지역별로는 충청도 출신이 30% 가량되고 다음은 호남·영남 순이라고 한다. 공단 배후 지역으로 성장했지만 지금은 자영업자와 직장인들이 많다. 이 때문에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선 ‘생활밀착형’에 ‘지역개발’을 가미한 공약을 내세워야 한다는게 주요 출마 예상자들의 공통된 전략이다.

이우재 열린우리당 의원은 “20년 넘게 금천구에 살아 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李의원은 ▶신 안산선 조기착공 ▶군부대 이전 후 토지 활용 ▶시계경관지구 해제와 뉴타운 개발 ▶디지털산업단지 개발 등을 공약으로 밝힐 계획이다. 李의원은 “3金 정치, 지역감정정치, 돈정치, 패거리정치를 종식시키는데 앞장서겠다”며 정치개혁을 강조했다.

張 전 의원은 금천구를 ‘재개발 특구’로 지정해 개발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구청 청사 건설 ▶군부대 이전 ▶지하철 건설 ▶교육시설 유치 등을 내세울 방침이다. 그는 “직업 정치인이 당선돼야 전문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며 “콘텐츠는 없고 패션 뿐인 당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제화·정보화 사회에서 차세대 지도자로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인물론’을 강조했다.

강민구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은 “태어나 자란 곳에서 지역 발전을 위한 뿌리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교통난과 문화공간 확충 등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시흥 3동의 뉴타운 지정과 군부대 이전 등도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姜위원장은 “법조인으로 일하며 쌓은 인맥과 추진력이 현안을 풀어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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