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대학생 때 '새벽형 인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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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원자바오 총리가 인민대 학생들에게 자신의 대학시절 공부법을 설명하고 있다. [인민대 홈페이지]

원자바오(溫家寶.사진) 중국 총리는 '서민 총리'로 유명하지만 누구보다 동서양의 고전에 조예가 깊은 문인(文人)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그는 각국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을 하거나 기자회견 때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에서부터 영국의 문호 세익스피어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문인이나 철학자들이 남긴 명구를 적절하게 인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 총리는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을 앞두고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 '요즘 고민거리가 뭐냐'는 질문에 "생각하면 할수록 늘 존경과 외경심을 갖게 하는 유일한 두 대상은 별이 빛나는 저 하늘과 내 맘 속의 도덕률"이라는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문구를 즉석에서 인용하기도 했다.

이같은 원 총리가 최근 중국의 대학생들을 만나 자신의 학창시절 공부 방법을 솔직하게 소개해 화제다. 1919년 5.4운동을 기념하는 중국의 청년절(靑年節)인 4일 인민대학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다.

1942년 톈진(天津)에서 태어난 원 총리는 60년 베이징(北京) 지질학원 광산지질학과에 입학해 문화대혁명 기간에 석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약 7년 동안 이 대학 기숙사에서 공부했다.

원 총리가 공개한 그의 학습 비법 제1조는 성실함이다. "거의 매일 도서관의 마지막 등이 꺼질 때까지 공부했다"고 스스로 공개했듯이 그의 공부 절대량은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조는 조용한 새벽 시간 100% 활용하기다. 요즘 중국 대부분 대학의 기숙사 운영체계는 원 총리의 대학시절과 거의 다르지 않다. 기숙사는 한방에 4~8명이 함께 생활하도록 되어 있어 저녁 시간에는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기 어렵다. 원 총리는 "도서관에서 기숙사로 돌아온 뒤 일단 잠을 자다가 친구들이 모두 잠든 새벽 2~3시쯤 다시 일어나 공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 외에도 전략적 학습방법을 구사했다. 원 총리는 "정규 교과목에는 공부 시간의 50%만 투자했고 나머지 시간은 교과서 이외의 분야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제3조는 선택과 집중 전략인 셈이다.

원 총리의 학법 비법 제4조는 광범위한 독서. 그는 학생 시절 동서양의 고전과 현대 문학 작품을 두루 섭렵했다고 한다. 랴오닝(遼寧)성 선양(沈陽)의 한 대학 교수가 원 총리의 기자회견 인용문장을 분석한 결과, 인용 시문(詩文)의 95%는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이었다. 인용문 대부분을 원 총리가 독서를 통해 스스로 체득한 내용이란 분석이다.

어떠한 정치 파벌에도 속하지 않은 원 총리가 2003년 13억 중국인의 살림을 책임지는 자리까지 오르는 데에는 학창시절 부터 지켜온 독특한 학습 태도가 자양분이 된 셈이다.

원 총리의 실력은 정치 풍파가 많았던 86~92년의 격변기에 후야오방(胡耀邦).자오쯔양(趙紫陽).장쩌민(江澤民) 등 3명의 당 총서기를 보좌하는 당 중앙 판공청(辦公廳) 주임으로 건재했던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원자바오의 공부법

① 성실한 태도 : 도서관에서 마지막 불이 꺼질 때까지 공부

② 새벽 시간 활용 : 오전 2~3시 조용한 시간에 일어나 공부

③ 선택과 집중 : 교과목에 50%, 나머지 시간은 일반 교양 분야에 투자

④ 광범위한 독서 : 동서양 고전과 현대 문학 작품들을 두루 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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