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미국은 우리의 우정 믿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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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에서 우파 정당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가 좌파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자 사르코지 지지자들이 6일 밤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파리 AFP=연합뉴스]

프랑스의 새 대통령에 니콜라 사르코지(52)가 당선되면서 미국-프랑스 관계에 훈풍이 불 전망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 정부에 사사건건 각을 세웠던 프랑스 국가수반에 친미성향의 인물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독일은 2005년 친미외교를 내세운 기독민주당 소속 앙겔라 메르켈이 총리에 올랐다. 영국은 토니 블레어 총리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푸들'이란 조롱을 받을 정도로 협조적이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지난 몇 년간 냉랭했던 미국-유럽 관계가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 실용주의자 사르코지=사르코지는 당선 후 "미국 친구들에게 우리의 우정을 믿으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존에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취해온 반미적인 외교 정책에 변화를 주겠다는 발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르코지의 대미 외교정책이 실용주의적인 접근을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외교자문역을 했던 페터 라둔스키는 "프랑스의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과 좋은 관계를 원한다고 언급했다는 점이 중요하고 뜻 깊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의 도미니크 무아지 연구원은 "사르코지가 시라크 때보다 미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지만 전임자의 기본 노선을 여전히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은 "사르코지가 대미 관계에서는 협조적이겠지만 개별 정책에서는 자기 목소리를 뚜렷이 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은 "사르코지가 미국이 원하는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문제와 아프가니스탄 등 미군의 해외 주둔에 뚜렷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사르코지도 "친구 사이라 하더라도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말해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했다.

◆ 반색하는 미국=사르코지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부시 대통령은 곧바로 전화를 걸어 축하를 했다. 그는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을 통해 "미국과 프랑스는 역사적 동맹이자 동반자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양국관계에 큰 의미를 뒀다. 또 부시 대통령은 "미국과 프랑스 양국 간 강력한 동맹을 지속하는 데 사르코지 당선자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며 양국 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요란한 축하는 그가 처한 국내외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최근 지지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데다 그동안 호흡을 함께 해온 영국의 블레어 총리가 사임을 앞두고 있어 외로운 처지에 몰려 있었다. 이때 친미적인 사르코지가 당선된 것은 가뭄에 단비 격이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서울=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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