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통한 강한 프랑스'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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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오른쪽에서 둘째)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6일 밤 파리 도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축하집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그의 옆에 부인 세실리아가 서 있다. [파리 AP=연합뉴스]

6일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유권자들은 '성장을 통한 강한 프랑스'를 선택했다. 고비용.저효율.고실업을 부른 프랑스의 복지병(病)을 치유하기 위해 전통적 가치인 연대(連帶.solidarit)를 포기한 것이다. 시장경제주의자인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52) 후보에게 53.2%의 표를 준 것이 그 증거다. 분배의 공정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좌파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53) 후보는 프랑스 첫 여성 대통령 도전에 실패했다.

프랑스인들이 사르코지를 택한 것은 바로 '먹고사는 문제' 때문이었다. 현재 22%를 넘는 청년실업률과 25년째 8%를 웃도는 실업률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빵'을 키우는 작업이 급선무임을 깨닫고 그런 정책을 더 많이 제시했던 우파 후보를 선택했다. 대학생 샤사뇽 제오프레(20)는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취직이 안 되는데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며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급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점에서 시장을 중시하는 사르코지가 더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선진국 대열에서 밀려나 추락하고 있다는 위기의식도 크게 작용했다. 프랑스는 지난 25년 동안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8위에서 19위로 떨어졌다. 프랑스가 오래전부터 1.5% 안팎의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반해 유럽 대륙의 경쟁국인 독일 경제가 최근 되살아난 것도 큰 자극이 됐다.

잘사는 프랑스를 재건하자는 열망은 높은 투표율로 나타났다. 이번 투표율은 83.97%를 기록했다. 1988년 대선(84.06%) 이후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투표 직전에 두 후보 지지자들이 경쟁적으로 유권자 등록을 한 점을 감안하면 투표율은 역대 최고가 아니더라도 참여 열기는 단연 최고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12년 만에 맞붙은 좌우 진영 간의 치열한 접전과 2005년 파리 교외 폭동사태를 계기로 정치세력화한 이민자 집단과 이를 견제하려는 보수세력 간의 대결구도도 투표율을 높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프랑스는 이제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키가 1m70㎝도 안 되는 대통령 당선자 사르코지는 앞으로 프랑스를 '복지 고질병'에서 건져내기 위해 과감한 자유시장 정책을 펴고 노동자 과잉보호 조치를 걷어낼 것으로 보인다. 또 사회당 정권이 도입한 주 35시간 근로제를 개편해 "더 일하고 더 벌자"는 공약을 정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주의 전통의 프랑스가 모두 수용하기 힘든 사안들이었다. 그러나 투표로 전권을 부여받은 사르코지는 특유의 불도저 추진력으로 이런 개혁을 밀고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충돌도 예상되지만 이는 전적으로 프랑스 유권자들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일 뿐이다.

박경덕 기자,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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