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사태 무력개입/미·EC 모두 파병에 뒷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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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선돌입 부시 “얻을 것 없다” 미국/독 여력 없고 불선 강력반대 EC
유엔의 신유고연방에 대한 제재조치 발효이후 세르비아는 석유는 물론,주요 생필품에 대한 배급제를 실시하는 등 유엔의 제재가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으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유혈사태는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엔의 제재결의 직후 전격 합의됐던 휴전약속은 지금까지의 관행대로 몇시간이 안돼 깨졌고,그후 상황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심지어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 대한 의약품과 구호물자 보급선의 확보를 협상하기 위해 사라예보로 향하던 유엔평화유지군(PKF) 30명이 10일 기습을 받아 1명이 부상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유엔의 제재에도 불구,유고사태의 조기해결 전망이 흐려짐에 따라 유고에 대한 무력개입설이 대두되고 있다.
유고에 대한 무력설은 그동안 유럽공동체(EC)를 중심으로 간간이 제기돼 오다 미국이 지난 4월 유고사태에 적극 개입하기로 방향을 바꾼 이후 미국쪽에서도 나오고 있다.
현재 크로아티아에 주로 배치돼 있는 PKF는 휴전감시 등 소극적 임무만 수행하게 돼있어 평화유지에 별 기여를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개입선언과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 회담에서 나토군 파병 가능론이 나오는 등 구체성을 띠고 있다.
이와 관련,미국 워싱턴 포스트지는 11일 미 상원의원들이 유엔의 감시하에 미군을 분쟁지역에 파견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회도 11일 기민당 의원들이 제출한 전투부대 파견안을 논의했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보도는 『미국은 세계 경찰이 아니다』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 의해 즉각 부인됐고 유럽의회도 이날 전투부대파견 대신 해상봉쇄를 위한 유엔함대파견 찬성을 결의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무력개입설이 꼬리를 물자 과연 무력개입이 가능할 것인가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고에 대한 본격적인 무력개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유럽문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무력개입을 주도해야 할 미국이 그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으며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유고가 걸프전 당시 쿠웨이트같은 주요 산유국이 아니며 발칸반도는 냉전체제붕괴 이후 전략적 가치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대통령선거로 경황이 없는 부시 행정부로선 잘해봤자 본전인 유고파병을 나서서 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EC측에서도 세르비아제재에 가장 적극적인 독일도 파병을 할 수 없는데다 프랑스 등은 이에 반대하고 있어 EC차원의 파병도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셋째,나토의 경우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만장일치결정을 내리고 이를 다시 나토가 검토,파병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이도 현재로선 예상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결국 현재로선 유엔이 대세르비아 제재조치를 계속하면서 이의 이행여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지난 10일 미국과 독일이 제안한 것처럼 유엔·CSCE 등 국제기구에서 신유고를 축출,세르비아가 전쟁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전부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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