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킬러 콘텐트를 잡아라=미디어의 사활은 스포츠 빅 매치나 인기 드라마 등 이른바 '킬러 콘텐트'가 좌우한다. 가입자를 많이 유치하고 광고수입을 늘리려면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콘텐트가 많아야 한다. 킬러 콘텐트의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유다.
대표적인 게 이종격투기 K1의 중계권료다. 흥행이 불투명했던 K1 초창기 2004년 MBC ESPN이 3년간 중계권을 따면서 낸 금액은 7억원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2월 CJ미디어가 3년간 중계 계약을 하면서 내기로 한 금액은 15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3년 만에 20배 넘게 뛴 것이다.
지난해 SBS의 자회사 SBS인터내셔널은 2010~2016년 겨울.여름 올림픽 4개 대회의 중계권(약 700억원)과 2010~2014년 월드컵 축구 2개 대회 중계권(최소 1250억원)을 싹쓸이하면서 예전 중계권료의 두 배가 넘는 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명 영화의 판권도 오름세다. 2~3년 전에 비해 블록버스터 영화 판권이 1.5~2배 올랐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특히 IPTV 서비스를 준비 중인 KT 등 거대 통신사업자가 콘텐트 확보전에 가세하면서 킬러 콘텐트 확보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수석연구원은 "다매체.다채널로 갈수록 콘텐트 업계의 입김이 세질 것"이라며 "최근 KT 등 통신업계가 드라마 제작사 등을 인수하고 영화 제작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콘텐트 확보 기반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 진화하는 콘텐트=매체마다 DM족을 염두에 둔 새 유형의 콘텐트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엔 PC나 휴대 단말기로 책을 볼 수 있는 U북, 교통상황을 알려 주는 실시간 교통정보(TPEG) 등을 경쟁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퓨전 콘텐트도 자리를 잡고 있다. 뮤직비디오와 드라마가 결합된 '뮤비라마'(이효리 주연의 '애니스타'), 영화와 드라마가 합쳐진 TV 영화 '무비라마'(이세은 주연의 '코마')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콘텐츠문화진흥원은 최근 '문화 콘텐트 산업 10대 전망' 보고서에서 모바일 미디어의 발달로 길이는 짧으면서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가진 콘텐트 수요가 늘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소니 계열로 미국 유력 영화 제작사인 소니픽처스는 1970~80년대 인기를 끈 '미녀 삼총사' '스타스키와 허치' 등 TV 시리즈 중 일부를 편당 3분30초~5분으로 축약해 만든 '미니소드'(minisode.미니 에피소드)를 6월부터 방영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콘텐트는 질이나 양에서 다국적 콘텐트 업체에 크게 뒤진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미국 주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국내 진출 길이 열려 콘텐트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미 시장조사업체 PwC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개괄'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세계 문화 콘텐트 시장 규모는 1조3288억 달러다. 이 중 미국이 5535억 달러로 41.7%를 점유하는 데 비해 한국 점유율은 2.2%(296억 달러)에 불과하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김영덕 연구원은 "국가의 문화적 역량이 커져야 콘텐트의 질도 높아지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콘텐트 진흥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먼저 불법복제를 막고 제값을 주고 콘텐트를 사고파는 풍토부터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킬러 콘텐트=인기가 높아 채널 인지도와 시청률을 높이고 수익도 많이 낼 수 있는 콘텐트. 월드컵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경기나 인기 드라마 등이 대표적이다.
◆ U북=유비쿼터스 전자책(e북)의 약자. 언제 어디서나 PC는 물론 휴대전화.PDA.전자사전 등 각종 휴대형 단말기로 볼 수 있는 책을 가리킨다.
영화 예매 … 피자 주문 … 쇼핑하고 결제까지
리모컨만 있으면 만사 OK
바보상자 TV, DM족 파고든다
오미정(27.여)씨 가족은 3년 전 디지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쌍방향 서비스 '스카이 터치'에 가입한 뒤 일상 생활이 많이 달라졌다. 결혼을 앞둔 오씨는 '뷰티 채널'을 통해 신부 수업을 받는다. 인테리어.패션 등 필요한 정보를 이 채널에서 얻고 있다.
오씨는 TV로 영화표를 예매한 뒤 극장을 찾기도 한다. 매달 한두 번은 TV로 피자를 주문해 가족과 함께 먹는다. 전화를 걸 필요 없이 리모컨 조작만으로 이런 서비스를 받는 게 가능하다. 오씨의 아버지는 주말 등산을 갈 때 TV에서 날씨와 교통 정보를 챙겨 나선다.
DM족의 일상생활 중심에 TV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TV가 디지털화되면서 좋은 화질에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다양한 생활 서비스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은 물론 디지털 케이블TV 업계도 가입자 유치를 위해 쌍방향 서비스 제공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 양천구와 북인천 지역 등에서 디지털 케이블TV를 운영 중인 CJ케이블넷의 '헬로 D'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은 홈쇼핑 채널에서 리모컨으로 바로 물건을 사고 결제까지 할 수 있다. 또 우리은행.농협 등 금융기관의 계좌 조회와 이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골프장 예약도 가능하다. 휴대전화 벨소리를 내려받거나 1만5000여 곡이 실린 노래방을 이용하고, 다른 가입자와 오목.장기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서울 강남구 지역 케이블TV 업체인 GS강남방송은 디지털 케이블TV에서 '전자정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TV로 자동차세.주민세 등 각종 세금을 내고, 프린터를 연결해 주민등록 등.초본 등 민원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다. 디지털 케이블TV 업체 중에선 셋톱박스에 저장된 가입자 주소를 이용해 가입자가 살고 있는 지역의 휴일 진료 약국과 병원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별취재팀=차진용(팀장).이원호.김원배.최익재.하현옥.송지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