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씨 법정서 '철학강의' "주체사상은 자기긍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에 대한 2차 공판은 宋씨가 자신의 학문과 사상을 소개하는 '철학 강의'를 연상시켰다.

16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그는 북한 주체사상의 한계와 자신의 내재적 접근론에 대한 학문적 성과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는 "주체사상은 변방의 세계가 자기 긍정을 하기 위해 만든 철학으로 긍정적 야만성과 자폐증적 요소를 갖고 있다"면서 "1991년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주체사상의 한계를 지적하는 강의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내재적 접근법이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하지만 이는 칸트 철학에 기초한 방법론이자 남북 체제 모두에 대한 접근론"이라며 "국제 학계에서는 한국에서 나온 자생적 이론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宋씨는 "사람들이 '경계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경계인은 기회주의자가 아닌 생산적인 제3자이고, 나는 주체사상의 한계를 느껴 유럽의 사회 사상과 이론을 북한 이론가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宋씨는 자신의 처지를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빗대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오디세이가 고향 이타카를 찾아가는 여행에서 요정 사이렌의 아름다운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돛에 자신의 몸을 매달았다"면서 "나도 분단된 조국에 대한 관심 속에서 사회주의 연구에 몸을 매단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宋씨 입장 때 방청객 일부가 박수를 치자 "여기가 노동당 법정이냐"고 소리쳤던 보수단체 회원 한명이 재판부에 의해 퇴장당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