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주자 '민소매 노출' 때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바이올리니스트 라리사 아브라모바가 4일 검은색 옷을 입고 연주하고 있다. 전날인 3일엔 소매가 없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연주했다. [AP=연합뉴스]

28년 만에 마련된 역사적인 미국-이란 외무장관 회담이 여성 바이올리니스트의 '민소매' 때문에 무산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집트 홍해 휴양도시 샤름 알셰이크에서 3~4일 열린 이라크지원국제회의(ICI)에서 기대됐던 양국 외무장관 회담이 무산된 뒤 나온 얘기다.

AP통신과 아랍 언론은 5일과 6일 "이란 외무장관이 파티장의 여성 연주자 복장 때문에 만찬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 해프닝은 첫날 일정을 마친 3일 저녁 만찬장 입구에서 발생했다.

회담 주최국 이집트의 아불 가이트 외무장관은 이란의 마뉴셰르 모타키 외무장관의 좌석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앞에 배치했다. 미국과 이란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한 특별한 배려였다. 그러나 호텔 로비에서 만찬 시간을 기다리던 모타키 장관은 얼마 후 다시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 후 모타키 장관은 기자들에게 "이슬람의 기준에 맞지 않는 문제점들이 있어 부득이하게 참석할 수 없었다"며 "다른 이유는 없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는 "모타키 장관이 바이올리니스트의 지나친 노출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라리사 아브라모바는 이날 밤 소매가 없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로비에서 '러브 스토리' 등 팝 클래식을 연주하고 있었다.

모타키 장관의 불참 이유를 들은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4일 "그가 두려워하는 여성이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성인지 라이스 장관인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다음날 저녁 아브라모바는 검은 색 바지와 재킷을 입고 호텔에 나왔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그는 "파티 성격에 맞는 예쁜 옷을 입었을 뿐"이라며 "(이란 외무장관은) 나의 연주나 복장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 떠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