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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마당 민 "지하에서 지상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민중미술운동의 「본거지」역할을 해온 서울 인사동의 그림마당 민이 개관6년만에 오는 12일 이전하면서 탈바꿈을 모색하고 나섰다. 그림마당 민은 현재의 전시장 맞은편 민예사랑 건물 2층에 새로운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이전개관 기념전으로 「우리시대의 표정-92인간과 자연」전을 12일부터 18일까지 신·구 두 전시장에서 동시에 연다. 이 전시회에는 강요배·김정헌·민정기·박불똥·신학철·임옥상씨 등 민중미술운동에 앞장서온 유명작가 54명의 회화와 조각·공예작품들이 출품된다.
이 전시회는 새로운 그림마당 민의 설립기금 마련전을 겸하고 있다. 그림마당 민은 또 이 전시회에 이어 운영기금 마련을 위한 「마당 민 살리기, 민족미술 큰 잔치」전을 19일부터 7월2일까지 새로운 전시장에서 열 예정이다.
그림마당 민이 최근 폐관될 위기에 이르자 민중미술계열의 작가들이 힘을 모아 전시장을 새로 마련하고 나선 것이다.
그림마당 민은 전시장 임대계약이 끝난 지난2월부터 건물주로부터 『전시장을 비워달라』는 「건물명도이전 최고장」을 받았고 최근에는 퇴거청구소송까지 당했다.
그림마당 민 측은 하는 수 없이 전시장을 비워주기로 하고 새 전시장을 물색한 끝에 현재의 전시장 맞은편 건물 2층에 비슷한 넓이(45평)의 전시장을 확보했다.
그림마당 민의 기획실장 곽대원씨(34)는 『새 전시장의 임대료가 대폭 올라 기금마련전을 통해서라도 전시장을 살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이전기념 전시회에 출품하는 작가들은 각각 작품을 한 점씩 기증, 이 판매대금을 새 전시장 설립 및 운영기금으로 사용키로 한 것이다. 이 기금마련전에 이은 「마당 민 살리기…」전에는 민족미술협의회 회원을 비롯한 1백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할 계획이다.
그림마당 민은 특히 이번 이전을 계기로 그 동안의 위상과 역할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키로 했다. 오는 13일엔 새 전시장에서 민미협 임시총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관장 김정헌씨(46)는 『이번에 전시장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겨지는 것은 묘하게도 우리미술운동의 변화와 방향을 상징한다』고 말하고 『앞으로의 미술운동은 진보적 이념 우선의 선전성에서 벗어나 대중적 정서에 맞는 보다 현실적이고 다양한 미술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림마당 민은 이 같은 「변신」아래 앞으로 좀더 대중에게 친근한 전시회를 기획하고 제도권 작가들에게도 문호를 대폭 개방할 계획이다.
그림마당 민은 지난 86년2월21일 민중계열작가들이 힘을 모아 민미협 산하기관으로 마련했던 전시장이다. 이 전시장은 그 동안 「통일전」 「반고문전」 「조국의 산하전」 등 여러 기획전과 그룹전등 2백여회의 전시회를 통해 민중미술운동의 핵심역할을 해왔다.
또 전시회 외에 「민족미술학교」 등 다양한 미술강좌·토론회·영화상영 등 문화행사를 펼쳐왔다.
이번 이전개관 기념전 출품작가들은 다음과 같다.
강경구 강대철 강연균 강요배 강행원 권순철 권용택 김영덕 김정헌 김호득 김광진 김인순 김건희 김구한 김봉준 김준권 김진수 김창세 김경주 김호석 노원희 나상옥 나종희 민정기 박석규 박불똥 박재동 손장섭 신학철 심정수 송창 여운 오윤 오치균 유성숙 유연복 윤성진 이근표 이명복 이사범 이종구 이철수 이청운 이홍원 임옥상 주재환 조진호 진경우 최병민 한애규 홍순모 홍선웅 홍성담 황재형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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